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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역사 간직한 포트와인의 향기

요리 이야기/술과일

by 그린체 2014.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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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발효를 중단시키는 포트와인 달콤하고

과일향이 풍부하여 케이크나 초콜릿 등과 잘 어울리는 디저트 와인으로 적당하다.

포르투의 아침은 물새들의 노래로 시작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도루강의 넓은 하구와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이곳이 대서양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일찍이 대양을 향해 새로운 개척정신을 불태웠던 포르투갈인들의 전초기지였다.

페니키아, 그리스, 로마인들에 의해 세워진 이 오랜 역사의 고도는 강 건너

빌라 노바 드 가이야와 함께 오늘날 '포르투갈'이란 이름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포르투갈(Portugal)은 원래 포르투의 두 도시 이름인 포르투스-칼레(Portus-Cale)

포르투-가이야(Porto-Gaia)→포르투갈로 변천된 것이며, 특히 포르투스(Portus)는 항구라는 뜻으로

문(door)이나 통로(passage)란 의미를 가진 만큼 해양대국 포르투갈의 원조는

바로 이 곳이라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어원이 된 도루강 우안의 포르투와 좌안의 가이야.

강하구를 지나면 바로 대서양이다.



영국인에 의해 성장한 포르투 와인무역
호텔에서 아침을 끝내고 아름다운 루이1세 철교를 걸어서

깊고 푸른 도루강을 건너 가이야에 있는 포트하우스로 향했다.

도루강을 건너는 최초의 다리는 1807년 나폴레옹 군대가 보트로 연결하여 만든 부교였지만

대포의 이동으로 무거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많은 군인들이 수장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 후 두 도시를 잇는 최초의 도나마리아 철교가 에펠탑을 설계한 프랑스인

에펠에 의해 1877년에 완공되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철교에서 도루강 하류인 대서양쪽을 향해 바라본 두 도시는 확연히 구별되었다.

우안의 포르투가 성벽과 함께 다양한 중세 건축양식의 박람회장이라면 좌안의 가이야는

영국의 조지언 스타일의 건물들이 많다. 그것은 18세기부터 포트와인의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포트하우스를 영국인이나 영국계 포르투갈 가문들이 설립하였고,

그들이 포트와인 산업을 독점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인에 의해 포르투 와인무역이 성장하여서인지 실제로 필자는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리스본과는 달리 일부 건물, 식당 서비스 등을 통해 영국의 상류사회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넘쳐나는 포르투. 건너편 도시가 '빌라 노바 드 가이야'다.
빌라 노바 드 가이야에는 크고 작은 포트하우스가 무려 26개나 산재해 있다.

필자는 도루 포도원이 스페인 국경까지 개발되게 한 페레이라, 1678년에 설립된 포르투에서

가장 오래된 셀러인 크로프트와 1790년 이미 와인과 예술을 접목시킨,

샌드맨 광고로 유명한 가장 큰 규모의 샌드맨하우스를 차례로 방문하였다.

도루 강변에 위치한 페레이라는 1751년 포르투갈인에 의해 설립되었다.

 

특히 19세기, 열정과 노력으로 포트와인뿐만 아니라 도루를 세계에 알린 안토니아 페레이라 여사는

신화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250년이 넘은 페레이라는 지금은 포르투갈의 대중적인

와인 마테우스 로제로 유명한 소그라페의 소유가 되었지만, 아직도 포르투갈의 전통과

정신을 대표하는 최고 품질의 포트와인 상징으로 남아 있다.

 

좋은 포트와인은 도루 밸리의 퀸타에서 트리딩 방식(포도를 맨발로 밟아 즙을 만듦)으로 생산된

A등급의 와인을 사용한다. 지금은 기계화되었지만 고급 포트는 여전히 트리딩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포도의 씨를 으깨지 않고 색소와 타닌을 침용하기 위해서다.

지하저장고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이 보르도 배럴(225ℓ)보다 큰 550~600ℓ 용량의

오래된 검은색 파이프배럴에서 2~50년 동안 숙성되고 있었다.



샌드맨 지하셀러에 보관되어 있는 빈티지 포트들.

가장 오래된 1904년 빈티지가 보인다.

 


포도를 맨발로 밟아 즙을 내는 방식
크로프트는 대량생산을 통한 상업화에 성공한 경우다.

현재는 W & A. Gilbey 소유로 스페인의 헤레즈에서 유명한 셰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셰리 역시 포트처럼 주정강화 와인이지만 양조 방식이나 용도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거나 발효를 중단시킨다는 점은 같지만

첨가하는 시기에 차이가 있다.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발효를 중단시키는

포트와인은 달콤하고 과일향이 풍부하여 케이크나 초콜릿 등과 잘 어울리는 디저트 와인으로 적당하다.

반면에 셰리는 발효가 끝난 후에 브랜디를 첨가함으로써 드라이한 맛을 내기 때문에 식전주로 적합하다.

포트와인 타입의 또 다른 주정강화 와인으로 필자가 아직 방문해보지 못한 마데이라(Madeira)가 있다.

포르투갈에서 700㎞ 떨어진 대서양의 화산섬 이곳은 1419년 포르투갈인들이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하였다. 마데이라는 처음 대서양을 건널 때 와인의 변질을 막기 위해

주정을 첨가하였는데 뜨거운 적도를 통과하면서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냈다.

 

 


샌드맨에서 시음한 20년산 토니포트. 오랜 숙성으로 루비색에서 갈색으로 변했다.

필자는 국내에서 제한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마데이라 중 말바시아로 만든 맘시를 즐겨 마시는데

달콤하면서도 향이 짙으며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와인 애호가였던 나폴레옹도 이 마데이라 향기의 유혹 때문에 그의 생을 좀 더 일찍 마감하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세인트헬레나 귀양길에 오를 때 영국 영사로부터 선물 받은 한 통의 마데이라를 죽을 때까지 모두 마셨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사후에 영국 정부가 이 마데이라에 수은을 넣어 나폴레옹을 천천히 독살하였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진실이야 어떠하든 후세 사람들은 이 와인을 '나폴레옹의 와인'이라고 하였다.

 

 


포르투에서 바라본 석양에 포트색으로 물든 빌라 노바 드 가이야의 아름다운 풍경.


'나폴레옹의 와인' 마데이라
마지막으로 방문한 샌드맨은 1790년 스코틀랜드인인 조지 샌드맨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하였으며 포르투에서 가장 큰 대형 포트하우스이다.

1877년에 세계 최초로 상표를 등록하였으며, 1905년에 와인업계 최초로 레이블을 이용한 광고를 했고,

1928년 샌드맨을 결정적으로 세계 시장에 알린 스페인 기사를 형상화한 'The Don' 로고의 소개에 이어,

1930년에는 일종의 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을 도입하여 세계 포트 시장을 석권하였다.

Don 상표와 유사한 옷을 입은 가이드의 안내로 200년이 넘은 지하셀러를 구경하였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직 저장되어 있는 1904년산 와인이었다.

1904년은 조선이 을사보호조약 체결하기 직전 해로 일본의 고문통치가 시작된 가슴 아픈 해였다.

110년 된 병 속의 와인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였다. 2층 시음실에서 다양한 종류의 포트를 시음하였다.

루비 포트(Ruby Port)는 각기 다른 해에 생산된 와인을 혼합해 최대 3년 정도 나무통에 숙성시킨 후

병입한 포트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밝은 루비색에 달콤하지만 스파이시한 맛을 내는,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었다.

토니 포트(Tawny Port)는 루비 포트를 3년에서 심지어 40년까지 나무통에서 숙성시켜 병입한 와인으로

붉은 갈색을 띠며 드라이하고 견과 맛(nutty) 향기와 건포도 맛을 느낄 수 있었다.

L B V 포트(Late Bottled Vintage Port)는 특정 해의 와인을 4~6년간 나무통에 숙성시킨 후 병입하여

빨리 마실 수 있도록 개발한 빈티지 포트의 대체품이다.

달콤하면서도 진한 맛이 나지만 복합성이 있고 부드러워 계속 마시고 싶은 와인이었다.

최고 등급의 빈티지 포트(Vintage Port)는 특정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오크통에서

2~3년 숙성시킨 후 여과없이 병입하여 계속 숙성시킨 와인으로 10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말린 자두, 무화과, 후추와 블랙커런트의 복합적인 풍미가 환상적이었다.

 

 


크로프트 셀러의 대형 파이프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포트와인들.

격조 있는 레스토랑 포스치구 두 카르방에서 저녁을 마치고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저마다

여행의 즐거움에 취해 있는 강변 카페에 앉아 낮에 시음했던 토니 포트 20년산을 주문하였다.

이 세상에 포트 타입의 주정강화 와인은 많다. 그러나 진정한 포트와인의 향기는 포트 강변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3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포트색 건물,

포르투갈의 역사와 사람들의 향기를 느끼면서 마실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경향신문/글·사진 송점종 우리자산관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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