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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깍두기의 무 서울 무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2. 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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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무 서울깍두기의 그 무 서울무는 한때 이 땅에서 가장 맛있는 무였다. 작지만 단단하고 시원한 단맛을 내었다.<br>서울무는 사라져도 서울깍두기는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서울의 맛을 지키고 있다.

무는 다양한 품종들이 기원전부터 전세계에서 재배되었다.

우리 땅에서 재배된 것은 삼국시대 이전부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는 김치의 주요 재료로 배추와 함께 우리 민족에게는 더없이 친숙한 채소인데,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결구배추가 1800년대 중반에 중국에서 우리 땅에 유입되었으니

무가 훨씬 더 긴 세월을 우리와 함께한 '민족 채소'라 할 수 있다.




1 무의 길이가 짧고 끝이 둥근 것이 재래종일 가능성이 있다. 강남구 세곡동의 밭에서 거둔 것이다.
2 강남구 율현동의 농민이다. 이 땅도 보금자리 주택 사업에 들어가 마지막 수확을 하는 중이다.
3 강남구 세곡동, 율현동, 자곡동 일대는 한때 무 농사가 흔했다. 이 일대는 이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동대문 밖의 경성무

무는 다양한 재래종이 있었다.

오랫동안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서 재배되면서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특성이 달리 발현된 결과이다.

일제시대에 들면서 이 재래종들은 그 재배지의 명칭을 앞에 붙여 품종으로 분류되고 정착하였다.

경북 경주시에서 나는 것은 계림무, 경북 안동시 풍산면의 것은 풍산무, 경남 진주시 대평면은 진주대평무, 이런 식이었다.

이때 서울의 무도 특색 있는 재래종으로 대접을 받아 경성무(물론, 해방 이후 서울 무로 개명되었다)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선 왕가는 한양의 사대문 안에서는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였다.

사대문 안의 사람들은 곡물과 특산물 등은 지역에서 공출한 것으로, 푸성귀는 사대문 바로 밖의 농민에게서 얻어 먹고 살았다.

무는 동대문 밖의 밭에서 많이 재배하였는데, 특히 뚝섬의 무가 맛있기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결구배추가 본격 생산되는 것이 1930년대 이후의 일이니 조선시대 사대문 안에 살았던

왕족과 양반들에게 무는 매우 귀중한 푸성귀였다.

특히 겨울을 나기 위한 김장의 재료로 동대문 밖의 무가 가장 많이 쓰였을 것이다.



서울의 농업과 함께 사라져간 서울 무

재래종 무는 작고 단단하며 매운맛이 있지만 김치를 담그면 아삭한 식감이 좋고 시원한 단맛이 난다.

일제시대 큼직한 일본의 무가 보급되었지만 한반도의 사람들은 재래종 무를 '조선무'라고 하여 특별나게 대접하며 이를 지켰다.

1970년대 이후 육종가들이 내놓은 개량종에 의해 재래종은 서서히 밀려났으며, 서울 무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무는 거의가 개량종 무이다. 품종의 개량이 아니어도 서울 무는 차츰 사라질 운명에 있었다.

서울이 급격하게 도시화하면서 농사지을 땅이 사라진 것이다.

2009년 현재 서울에는 2,130호의 농가가 남아 있으며 7,084명의 농민이 1,340헥타르의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농지와 농민도 주택단지 개발 등으로 곧 사라질 것이다. 특히 한때 무 재배 농민이 많았던 강남구 세곡동 일대가

최근 보금자리 주택 사업으로 농지를 잃으면서 서울 무의 명맥은 거의 끊어지게 되었다.



서울깍두기로 남은 서울 무의 흔적

신세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가 있지만, '서울-'이 접두어로 붙은 음식으로는 서울깍두기가 유일하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지방에서는 서울식으로 담그는 이 깍두기에 대해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 있었다.

서울 사람들이 먹는 별식" 정도의 환상이었다. 이 환상은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을 하고 있는데,

서울깍두기'라는 상호를 단 음식점들이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서울깍두기는 옛날에 감동젓무라고 불렀다. 감동젓으로 담근 무김치라는 뜻이다. 감동젓은 푹 삭은 곤쟁이젓을 이르는 말이다.

곤쟁이가 특정의 새우 종류이기도 하여 이 새우의 젓갈로 담근 것만을 감동젓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조선의 한성에는 강화의 젓새우로 담근 젓갈이 마포를 통해 많이 들어왔을 것이므로 일반의 새우젓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서울깍두기는 현재도 서울의 서민 음식들과 어우러지고 있다. 서울의 대표 음식인 설렁탕에는 꼭 깍두기가 나온다.

북녘에서 서울로 이주해온 냉면에는 반드시 배추김치가 나오는 것과 대비가 된다.

곰탕, 해장국, 삼계탕 등 서울 시민들이 흔히 먹는 뚝배기 음식들에도 깍두기를 낸다.

남도의 주점에서는 으레 묵은 배추김치와 갓김치가 나오지만 서울의 시장 선술집에서는 깍두기가 기본이다.

서울 무는 사라졌지만 서울깍두기는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김치는 배추김치밖에, 또 남도김치밖에 없는 듯이 여기는

지금의 풍토에 맞서 서울깍두기는 서울 음식을 새롭게 자리잡게 할 수 있는 김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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