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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약수/ 팔도식후경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2. 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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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약수 톡 쏘는 탄산과 비릿한 쇳내의 물 오대산은 산이 높고 골이 깊다.<br>그 깊은 골로 물이 흐르는데, 그 물이 시작되는 즈음에 독특한 샘물을 품고 있다. 약수이다.

우리 조상들은 물을 귀히 여겼다. 물만 잘 마셔도 병이 낫는다고도 하였다. 허준은 [동의보감] 탕액편

그 첫머리에다 물[]을 구분하여 적었는데, 그 까닭을 "물은 처음에 하늘에서 생겼기 때문"이라 하였다.

이어 "물은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라 하여 사람들이 흔히 홀시하는데 그것은 물이

하늘에서 생겼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물과 음식에 의해서 영양된다. 그러니 물이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1 방아다리약수이다. 주변의 숲이 좋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약수이다.
2 오대산에는 전나무가 많다. 월정사 입구에는 전나무 길이 있어 산책로로 인기이다.
3 송천약수이다. 물통을 가져와 약수를 떠 담아 가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마다 약수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물에 대한 이러한 관념이 잘 투영되어 있는 것이 약수()이다.

글자대로, 마시거나 몸을 담그면 약이 되는 물을 말한다. 그런데, 약수는 흔하다. 웬만한 동네 뒷동산에는 약수가 있다.

식수로 쓸 수 있는 지하수, 샘물 모두를 우리는 흔히 약수라 한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자연에 있는 물' 그 자체만으로도 약수라는 일종의 프리미엄을 붙여주고 있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 '마시거나 발라 병이 나았다고 소문이 난 약수'로 한정을 하면 그 숫자가 퍽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 기준만으로도 시군 단위로 한두 곳씩의 약수들이 있다.

이들 약수 중에 사람들이 특히 신묘하다 하여 먼 거리에도 일부러 찾아 마시는 약수가 따로 있는데,

이 약수들은 그 맛이 특이하여 마시면 온갖 병이 나을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정도이다.

첫입에는 톡 쏘고 이어 비릿한 쇳내가 나며 금속성의 쓴맛이 긴 여운으로 남는 물이다.

약수가 톡 쏘는 것은 탄산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며 비린내와 쓴맛은 미네랄의 맛이다.

물에 든 탄산과 각종 미네랄이 건강에 좋을 수는 있으나 과연 병을 낫게 해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약수'라는 개념 자체가 비과학적일 수도 있다. 여기서는 "특이한 맛이 나는 물"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의 약수'와 '숲의 약수'

우리 땅의 기둥은 백두대간이다. 백두산에서 뻗은 이 산줄기는 두류산,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에 닿고,

이어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으로 내닫는다. 오대산은 바로 위의 설악산과는 달리 바위가 없어

봉우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토산()이다. 그러니 숲은 우거지고 계곡은 깊어 물이 풍부하다.

그 계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소금강이다. '작은 금강'이란 뜻이다.

소금강의 물줄기는 오대산에서 내려오는 또 다른 물줄기인 송천과 마주치는데, 그 송천을 따라 약수가 많다 하여

이 골짝 아래 마을의 이름 자체가 약수골이다. 송천을 따라 6번 국도가 나 있고 그 길 바로 옆에 송천약수터가 있다.

6번 국도는 진고개로 이어지는데, 오대산을 넘어 평창에 닿는다. 영서와 영동을 잇는 길 중에서

가장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고갯길이다. 진고개를 넘으면 오대산의 서쪽 사면이 편안하다.

전나무숲은 빽빽하고 계곡은 가파르지 않아 물 흐름이 느리다. 마른 계곡의 전나무 숲 깊은 곳에 방아다리약수 있다.

동쪽 사면 급류 계곡의 송천약수와는 주변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송천약수는 '물의 약수'라면 방아다리약수는 '숲의 약수'처럼 보인다. 송천은 쇳내가 강하고 탄산의 맛은 약하며,

방아다리는 송천에 비해 쇳내가 덜하고 탄산은 강하다.





때로는 달고 때로는 역겹고

약수는 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역하다. 미네랄이 넘치기 때문이다.

무색무미무취한 것이 물의 본디 맛이니 약수는 맛있는 물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맛없고

심지어는 역한 약수를 맛보러 찾아다닌다. 병에 걸려 '혹시나' 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맛이 어떤가 궁금하여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체로, 나이 드신 어른들은 이 약수를 거부감 없이

잘들 마시지만 젊은이들은 그 자리에서 뱉고 만다. 나이가 있으니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으나,

세상의 온갖 맛을 다 보았을 나이이니 그깟 쇳내며 쓴맛이 뭔 대수인가도 싶다. 그들의 입맛에는 달 수도 있을 것이다.

삼복에 약수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고도 전하지만, 약수의 맛은 가을에 더 좋다.

여기서 좋다는 것은 탄산과 미네랄의 맛이 강하게 난다는 뜻이다.

여름에는 비가 잦으니 아무래도 물 맛이 흐리고 탁해진다.

또 물은 온도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나는데 찰수록 그 경쾌함이 잘 살아난다.

약수는 그 경쾌함 위에 쇳내와 탄산의 맛을 더 강하게 뿜어준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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