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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잊은 봄의 열매 진주 딸기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2. 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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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딸기 겨울을 잊은 봄의 열매 경남 진주는 딸기 주산지이다. 하우스에서 재배를 하며, 겨울과 이른 봄에 주로 낸다.<br>시인이 최근에 진주에 갔었더라면 남강에 흐르는 논개의 ‘붉은 마음’을 딸기라 하였을 것이다.   


딸기는 아메리카 지역이 원산지이다. 유럽인이 18세기에 원예종으로 개량하였다.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딸기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양딸기라고 불렀다.

서양에서 온 딸기라는 뜻이다.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딸기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1970년대까지 이 자생 딸기는 조선딸기, 한국딸기라고 하다가 근래에 산딸기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복분자는 산딸기의 한 품종이다.




1 갓 딴 딸기이다. 매끌매끌하고 반짝이는 것이 꼭 플라스틱의 가짜 딸기 같다.
2 딸기는 수시로 많은 꽃을 피우는데 꽃이 핀 순서대로 열매를 단다.

  꽃과 어린 열매를 솎아야 크고 맛있는 딸기가 달린다.
3 진주 딸기 주산지인 대평면 입구의 조형물이다. 진양호 바로 곁이다.

  



딸기밭에서 미팅을 하였다

딸기는 예전에는 노지에서 재배하였다. 노지 딸기는 5월에 수확을 한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딸기는

1940년대에 경기도 수원에서 처음 재배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원에는 딸기밭이 많았다,

또 서울의 불광동에도 딸기밭이 있었다.

딸기가 익는 계절인 5월은 대학 축제 시즌과 맞물려 있어 딸기밭에서 미팅이 자주 이루어졌다.

1인당 일정 금액을 내고 원두막에 앉아 딸기를 한정 없이 먹으며 미팅을 하였다. 이를 '딸기팅'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 노지 딸기는 지금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비닐하우스 딸기에 밀린 것이다.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는 1960년대 경남 지방에서 시작되어 1980년대에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농민들은 가격을 더 받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딸기를 내기 위한 경쟁을 벌였고 마침내 11월이면

햇딸기'를 맛볼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2010년 현재 딸기의 제철은 겨울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겨울이 지났다고 착각하는 딸기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촉성재배억제재배 있다.

또 그 변형의 재배법으로 초촉성재배, 반촉성재배, 장기냉장 억제재배, 단기냉장 억제재배 등등이 있다.

딸기는 묘 상태에서 겨울을 나야, 즉 묘가 낮은 기온에서 얼마간 지나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데,

열매를 맺게 하는 시기를 당기거나 늦추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배법은 대체로 언제 딸기를 내어야 비싸게 팔 수 있는가 하는 출하 전략에 따라 결정된다.

딸기 재배 방법은 이처럼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딸기 묘가 겨울을 난 듯이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는

밭에 심어 열매를 달게 하는 것은 같다. 일반적인 촉성재배는, 11월에 모종을 밭에 심는 것으로 딸기 농사를 시작한다.

영상 5도 이하에서 관리를 하는데, 이러면 꽃이 피지 않으며 런너(새로운 포기를 만들 수 있는 묘)를 만들지도 않는다.

3월에 이르면 이 모종에서 런너가 발생하는데 여기서 묘를 확보하였다가 9월에 비닐하우스에 심는다.

수확은 11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한다. 계절을 착각하여 맺은 딸기를 우리는 또 계절을 착각하며 먹는 것이다.



하우스 딸기는 안전하다

진주시 관내 딸기 재배 면적은 634헥타르에 이른다. 딸기 재배 농가는 1,500가구이다.

연간 1천만 달러 어치의 딸기를 수출하고 있다. 30여 년 전 수곡면과 대평면에서 시작된 딸기 농사가 집현면,

대곡면, 금곡면 등 진주 전역으로 번졌다. 특히 진양호 곁으로 딸기밭이 집중되어 있어

진양호를 돌다보면 곳곳에 거대한 비닐하우스 단지를 볼 수 있다. 진주는 서부 경남의 교통 중심지이다.

물류의 편의성이 딸기 같은 신선 과채류 유통에 큰 장점이 되는데, 이같은 교통 사정이

진주를 딸기 주산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 딸기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다. 같은 하우스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농사법이 여러 가지이다.

땅에 제법 높은 두둑을 올리고 검정의 비닐을 덮어 재배하는 농가가 있는가 하면,

딸기 재배상을 명치 정도의 높이에 길게 설치하여 양액재배하는 농가도 있다.

최근에 양액재배 시설이 부쩍 늘고 있는데, 땅에서 오는 병을 피할 수 있으며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니 일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어떤 식의 재배이든 이 비닐하우스 안에는 벌통이 들어가 있다. 딸기는 수정을 하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벌이 있으니 농약을 치지 못하고, 따라서 비닐하우스 딸기는 친환경 인증 여부와 관계 없이

농약에 대해서 대체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품종을 이기다

최근까지 우리가 먹었던 딸기는 <장희> <육보> <레드펄> 등 거의가 일본 품종이었다.

육종 기술이 일본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일본 품종을 지속적으로 심을 수 없게 되었다.

로열티를 물어야 하고, 그러면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일본 딸기 품종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 딸기 품종이 속속 개발되었다.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연구소에서 개발한 '-향'자 돌림의 품종이 그 선두에 섰다. <매향> <금향> <설향> 등이다.

<매향>은 수출 딸기로 인기가 높고 <설향>은 내수용으로 크게 번졌다.

최근에는 부산의 농촌진흥청 산하 시설원예시험장의 <수경>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이 중에 시중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품종은 <설향>이다. 상큼한 향이 있고 단단하며 알이 굵다.

<설향>을 입에 물고 있으면 이른 봄 물기 머금은 풋풋한 식물의 향이 물씬 올라온다.

<설향>이라는 이름대로 눈 속에서 맛보는 봄의 향일 수도 있겠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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