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트럼프의 밥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중 ·일 3국 순방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각 나라의 '미식 외교'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의 고기 취향을 공략했고
한국은 의미가 있는 식재료를 통한 세심한 메뉴 구성으로 두고두고 이야기하게 되는 만찬을 만들었다.
중국은 트럼프에게 황제의 연회 음식 '만한전석'과 소박한 가정식 요리를 모두 맛 보였다.
스테이크에 토마토케첩을 뿌려 콜라와 먹는 것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식 입맛을 사로잡은 나라는 어디였을까.
우선 일본은 도쿄의 유명 레스토랑을 통해 '맞춤형 미식 외교'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첫날인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를 도쿄 긴자의 '우카이테이'로 이끌었다.
우카이테이는 일본의 외식 기업 우카이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고급 철판요리 전문점이다.
최고의 재료와 눈앞에서 펼쳐지는 철판 조리 기술, 유럽식 장식과 미술 등으로
인기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먹은 메뉴는
와규(和牛) 스테이크와 새우구이 등이었다고 한다.
와규는 일본식 고급 쇠고기다.
점심에는 미국산 쇠고기 햄버거를 대접한 일본 정부는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트럼프를 위해 미리 이 식당을 만찬 장소로 정했다고 한다.
한국은 의미가 있는 재료를 한식으로 조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를 배려하는 전략을 택했다.
방점이 찍힌 것은 식재료가 품고 있는 속뜻이었다.
'스토리텔링 미식 외교'인 셈이다.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국빈 만찬 메뉴는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였다.
이 가운데 독도 새우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이 새우는 요리의 주재료가 아닌 잡채에 들어가는 부재료였다.
하지만 '독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일본은 이틀 연속 항의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외신들은 일본의 미슐랭 스타가 아닌 미국의 역사보다 오래된 간장을 주목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첫날 음식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화려함을 뽐냈다.
8일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고 건복궁에서 만찬을 제공한 것이다.
메뉴는 만한전석(滿漢全席)이라 불리는 청나라 황실의 궁중 요리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만한전석은 진귀한 재료의 요리를 모두 모은 호사한 음식의 극치다.
이를 먹고 잔뜩 배가 불렀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이튿날 국빈 만찬 식단에는
중국 대표 가정식 요리인 궁바오지딩(宮保鷄丁)을 올렸다.
튀긴 닭고기와 땅콩 ·고추 등을 넣고 매콤하게 만든 쓰촨 지방의 요리다.
역시 쓰촨 요리인 지더우화(鷄豆花)도 있었다.
닭 육수에 계란 흰자를 넣어 끓인 뒤 닭고기를 채 썰어 올린 음식으로
연두부 모양으로 부푼 흰자가 특징이다.
트럼프는 중국 음식의 화려함과 소박함을 모두 맛본 셈이다.
아시아 경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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