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사에 뚜렷한 의미를 각인한 노래들을 매주 2회씩 연재한다.
혹자는 '세상을 바꾼 노래'란 타이틀이 거창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원자폭탄으로 도시 하나를 순식간에 박살내버리거나 멀쩡한 강바닥을 파내서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정도쯤이나 되야
세상을 바꿨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다.
다만, 노래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투표의 작동원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한 장의 투표권이 공동의 지향과 만남으로써 세상을 (좋게든 나쁘게든)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하나의 노래는 대중의 정서와 호응함으로써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규정하는 이정표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바꾼 노래'들을 주목했다.
당초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하여 20세기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으로 준비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의 제약으로 여기서는 1970년 이후 발표된 노래들을 시대순으로 소개하기로 했다는 점도 밝혀둔다.
더불어, 여기에 미처 소개하지 못하는 노래들은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을 것이라는 약속도 함께 드린다.
가히 센세이션이라고 할 만했다.
꽉 달라붙는 판탈롱 바지와 뇌쇄적인 눈빛. 그리고 그보다 더 요염한 몸짓. “노래는 얌전하게 부르는 것”이라는
명제가 격률이었던 시기에 김추자의 등장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후 그녀는 정말 ‘사건’들을 몰고 다녔는데,
그런 이미지로 각인된 데는 무대 내외에서 벌어졌던 해프닝들(이를테면 부산 리사이틀 당시에 김세레나와 벌인
헤게모니 전투나 구혼을 거절당한 매니저의 보복 폭행 사건,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행해야 했던
여러 차례의 성형수술, 대마초 파동, 간첩설, 노팬티설)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김추자에 대한 평가는 좀 더 핵심부를 향해 모여들 필요가 있다. 그
녀의 대표곡 ‘님은 먼 곳에’를 이 자리에 꺼내든 이유다.
‘님은 먼 곳에’는 1969년 11월 첫 방영된 동양방송(TBC)의 주말연속극 주제곡으로 먼저 공개되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신중현 컴필레이션 음반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노래다.
공교롭게도 노래를 처음 부탁받은 이는 김추자가 아니고 당대 최고의 스타 패티김이었다. 그
러나 스탠더드 팝 스타일을 지향했던 패티김은 당연히 방송사의 제의를 거절했다(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에게 잘된 선택이었다고 본다).
“주인은 따로 있다”는 속설처럼, 그렇게 노래는 김추자의 품으로 돌아갔고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 호응했다.
신중현이 곡을 쓴(작사 역시 신중현이 했다고 알려졌으나, 2006년 법원은 저작권 공방 끝에 드라마작가 유호의 손을 들어주었다)
드라마틱한 구조의 소울 클래식 ‘님은 먼 곳에’는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
늦기 전에’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로 열심히 바람몰이 중이던 신예가수 김추자는 대중들에게 잊히지 않을 아이콘이 됐다.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현 대중음악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잡지 [오이뮤직], [프라우드], [브뤼트]의 필자로 있었고 현재는 웹진 '100비트' 편집위원, '보다',
매거진 [독서평설], [유레카]의 필진이다.
http://100beat.com
# 님은 먼곳에 / 김추자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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