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초와 식초

흑초의 색깔은 발효, 숙성 과정에서 비롯 흑초는 어떤 식초일까? 사실 우리 나라의 식품공전에는 식초를 발효식품, 합성식초, 기타식초 등 3가지로 나눌 뿐, 흑초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다만 장기간 발효 숙성을 거처 갈색 또는 흑갈색을 띤 식초를 칭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2003년 일본농림규격(JAS)을 정하여 일반 식초와 구별하고 있다. 즉, 흑초는 곡물 식초 중 원재료로써 쌀(정배하기 않은 것) 또는 대맥(보리)을 식초 1ℓ당 180g이상 사용한 것으로 일반 식초(1ℓ당 곡물을 40g이상 사용한 것으로 규정)에 비해 원재료를 4.5배나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캐러멜 등 착색제를 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발효, 숙성하여 (흑)갈색을 띤다. 실제 일본의 유명한 흑초들은 적어도 2~3년, 긴 것은 5년이상 숙성 기간을 거친다. 이렇듯 대량의 원료를 사용하고 장기간 발효숙성하여 식초는 유기산조성이 달라지며, 아미노산의 함량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표1). 일반 식초는 주성분인 초산을 4~6% 함유하며, 이외의 구연산 · 주석산 · 호박산 등 다른 유기산은 미량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흑초는 초산 외의 유기산도 많이 함유되어 있고, 특히 구연산은 1% 이상 함유된 것이 많다.

피로회복과 소화, 칼슘 흡수를 돕는 식초 우리는 매일 식사로 섭취하는 당질 등을 체내에서 연소시킴으로써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즉, 당질 등이 체내에 있는 효소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피루브산(Pyruvic Acid)이라는 물질로 변화하는데, 이 피루브산은 크레브스(H.Krebs)박사가 밝혀낸 TCA 사이클(Tricarboxylic Acid Cycle 또는 Citric Acid Cycle)이라는 분해과정을 거치면서 에너지를 생성한다. 따라서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려면 이 TCA사이클이 활발한 진행되어야 하며, 만약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면 피루브산은 젖산으로 바뀌어 근육 등에 축적되고, 혈액은 산성으로 변한다. 이것이 바로 피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초산 · 구연산 · 사과산 등 유기산이 필요하다. 초산을 비롯한 여러 유기산은 젖산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피로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식초는 침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여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를 도우며, 짠 맛을 줄여도 음식의 맛을 살려주니 염분 섭취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항균 및 살균작용이 있어 식중독을 예방하며, 염증을 억제하고 탄수화물 대사, 면역 반응 등에 깊이 관여하여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부신피질호르몬의 체내 합성을 돕는다.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무기질인 캴슘을 용해시켜 흡수를 돕는 역할도 한다.

영양가치가 높은 흑초, 동맥경화 예방 효과까지 흑초에는 아미노산이 일반 식초보다 훨씬 많이 영양가치가 높다. 필수아미노산 중 라이신(Lysine)은 주식인 쌀밥이나 식빵 등에 부족한데, 이 라이신을 보충할 수 있어 좋고, 필수아미노산은 아니지만 알라닌(Alanine)은 지방의 연소를 돕는 동시에 알코올의 분해를 촉진하여 간장을 건강하게 해준다. 글루타민산이나 아스파라긴산은 음식의 맛을 좋게 하며, 위와 장을 튼튼히 하는 작용을 한다. 흑초에 많이 들어 있는 프로린(Proline)은 피부 등의 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원료가 되는 아미노산 중 하나로 피부에 윤기를 주는 천연 보습성분이다. 특히 흑초는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흰쥐를 이용한 실험에 따르면, 흑초를 섭취할 경우 동맥의 세포벽에 침착하여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했다. 흑초 중의 사과산(Malic Acid)은 소금 성분인 나트륨의 배설 작용, 나트륨의 대사 이상을 개선하는 작용이 있어 혈압 상승을 막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안지오텐신 변환효소(ACE, Angiotensine Converting Enzyme)의 작용을 억제하여 혈압상승을 방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최근 흑초를 비롯해 마시는 식초 제품이 많이 출시되어 우리의 건강 증진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식초의 여러 효과는 양조 식초에만 있는 것으로, 화학물질인 빙초산을 희석해서 만든 합성식초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