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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손맛] 닭실마을 동곳떡은 안동권씨 제사음식

요리 이야기/음식이야기1

by 그린체 2012. 9. 2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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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권씨 총재 권벌가문의 불천위 제사음식

닭실마을 동곳떡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닭실마을

한과로 유명해 한과 마을로도 불린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충재 권벌(1478~1548) 선생이

마을에 자리 잡은 이후 지금까지 후손들이 지켜오고 있는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마을에는 충재박물관, 청암정, 석천정사, 삼계서원, 추원재 등 다양한 전통체험거리가 있다.

 

닭실마을은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를 말하며 동북으로 문수산,

동남으로 옥적봉, 서남으로 백설령으로 둘러싸여 있다.

조선후기의 인문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곳 닭실마을을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의 내앞마을, 풍산의 하회마을과 함께 

‘영남의 4대 길지’의 하나로 꼽았다.

닭실마을에 있는 충재박물관은 1994년 충재유물전시관으로 시작하여

2007년 충재박물관으로 개관하였고, 보물 482점, 고서 및 고문서 등 총 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유교문화관련 중요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후손들이 소중히 지켜온 충재 선생의 발자취가 전시되어 있다.

 

 

 

 

 

닭실마을의 동곳떡. 왼쪽의 접시에 담겨 있는 것들을 쌓으면 동곳떡 모양이 완성된다.

 

 

 

충재 종가의 불천위제사에서 유래한 동곳떡과 오색한과

충재 권벌 종가에서는 임금께서 충재 권벌 내외에 내린 불천위제사를 드린다.

불천위제사는 기제사의 특수한 형태이다.

불천위란 4대를 지나도 사당에서 신주를 옮기지 않고 자손대대로

영원히 제사를 받들어 모시는 신위를 말한다.

국불천위는 국가에 큰 공헌을 한 공신이 주로 그 대상이 되었으므로,

나라에서 불천위를 인정받는 것은 그 후손과 가문의 영광이며 권위의 상징이 되었다.


충재의 불천위제사는 음력 3월 26일 봉화읍 유곡리 닭실마을 종가에서 거행된다.

이 종가에서 제물로 사용하는 음식은 제주(술), 메(밥), 갱(국), 오탕(찌개), 면,

면적, 편적(구이), 편청, 편(떡), 포(고기말린 것), 청포묵, 도적, 숙채(나물), 쌈, 침채(김치),

식혜, 조과, 실과, 수정과이다.

제사음식은 지역마다, 가문마다, 집집마다 다르나 충재가문에서

불천위제사를 지낼 때 특별히 만드는 음식이 바로 편이다.

 

편은 본편과 웃기떡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곳(상투에 꽂는 장신구)을 닮았다 하여 동곳떡으로 불리는 본편을 쌓고,

그 위에 웃기떡인 청절편, 밀비지, 송기송편, 경단, 쑥단자, 부편, 잡과편, 전, 산심,

주악, 깨구리 같은 편을 순서대로 한 켜씩 총 열한 켜를 쌓는다.

동곳떡 본편과 웃기떡은, 모두 12가지 편이 다른 모양 다른 색으로 만드는 한 개의 우주이며,

닭실마을을 대표하는 제사음식이다.

닭실마을 초입 한과체험장에 마을 할머니들이 모여 왁자지껄하다.

모두 충재 집안 며느리들로 오색한과를 만들기 위해 날을 정해 만나는 것이다.

충재 불천위제사로부터 유래했다는 오색한과는 벌써 500년을 헤아리며 마을의 큰 자랑이 되었다.

 

본편을 괴기 위해서 목재로 만든 원형편틀을 준비하고, 그 틀 위에 본편을 시계방향으로 괴기 시작한다.

이때 머리는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눌러주고, 꼬리는 가운데로 고정한다.

층이 홀수가 되도록 높이 쌓는데 예전에는 할머니 제사 때는 23켜, 할아버지 제사 때는 25켜를 쌓았다고 한다.

동곳은 여성의 비녀처럼 남자들이 상투를 튼 정수리에 상투가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데 꽂는 장신구로,

길이는 약 4㎝ 정도이며, 윗부분은 반구형이고, 밑은 약간 굽었거나 똑바른 것, 말뚝같이 생긴 것이 있다.

 

하얀 잔절편을 19켜 쌓고 그 위에 준비한 웃기떡 11개 종류를 1켜씩 총 11켜를 쌓는다.

켜는 포개어 놓은 떡의 층을 세는 단위를 말한다. 이것이 끝나면 비닐을 한 겹 두른 후, 베보자기를 두른다.

제사가 시작될 때까지 쓰러지지 않도록 대청 기둥에 묶어둔다.

웃기는 음식을 담고 그 위에 모양을 내기 위하여 얹는 식품으로, 음식의 맛을 돋우어주는 양념과는 달리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아름답게 꾸며 윗부분을 전체적으로 덮어서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충재 권벌 선생 종택의 전경

 

 

 

불천위제사에 오르는 12가지 편

1. 본편

닭실마을에서는 잔절편이라 부른다. 절편보다 크기가 작아 그리 부르는 것 같다.

흰 잔절편의 모양이 동곳과 비슷해서 동곳떡이라고 한다.

멥쌀가루를 찐 후 익으면 기계로 쳐서 떡을 만드는데, 방앗간에서 떡이 도착하면

떡을 나누고 4명이 물을 발라가며 지름 1㎝, 길이 5㎝가량 되도록 떡을 떼어두면

또 다른 4명은 그것을 손가락처럼 잘게 비벼 올챙이처럼 머리가 굵고, 꼬리가 가늘게 만든다.

떡이 식으면 괴기가 어려워 최소 8명이 모여 만든다. 19켜를 쌓는다.

 

 

2. 청절편

쑥을 넣은 절편으로, 절편은 멥쌀가루를 쪄서 절구에 친 후

가래떡처럼 밀어 떡살로 눌러 모양을 낸다. 데친 쑥을 갈아서 사용한다.

 

 


 

3. 밀비지

멥쌀가루에 소금과 물을 넣어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설탕에 버무려 찐 떡으로,

콩가루에 물엿을 넣고 반죽한 소가 들어 있는 납작한 떡으로 경상도에서 주로 만들었다.

 밀비지는 ‘밀면서 빚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4. 송기송편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참깨, 풋콩, 밤, 거피팥 등의 소를 넣고

반달모양으로 빚은 것으로 보통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나 쑥, 치자 등으로 색을 내기도 한다.

이 가문에서는 냄비에 물을 붓고 물이 끓으면 송기송편을 넣는다.

물 위에 떠오르면 건져내 준비한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빼고 참기름을 바른다.

 

 

 

5. 콩가루경단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익반죽하여 밤톨만한 크기로 동그랗게 빚는다.

 냄비에 물을 붓고 물이 끓으면 경단을 넣고, 경단이 물 위에 떠오르면 건져내어 준비한

찬물에 넣었다가 물기를 뺀다. 경단을 볶은 콩가루에 묻힌다.


 

 

6. 쑥단자

쑥은 종가의 여성들이 들에서 뜯어서 사용한다.

쑥과 찹쌀가루를 반죽할 때 정해진 비율은 없으나

제사에는 너무 진한 색을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은은한 빛을 띠도록 한다.

쑥과 찹쌀가루로 만든 떡을 끓는 물에 넣어 익힌 다음,

물엿을 바른 후 녹두 고물을 묻힌다.

 

 

 

7. 부편

찹쌀 반죽에 볶은 콩가루와 물엿을 섞은 소를 넣고 그 위에 대추채를 얹은 후,

찜통에서 쪄낸 다음 팥고물에 묻힌 떡. 부편은 이름자체가 의미하는 것처럼

각색편의 웃기떡으로 쓰던 떡으로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고급떡으로 경상도 지방에서 즐겨 먹던 떡이다.

 

 

 

8. 잡과편

찹쌀 반죽을 조금씩 떼어 팥소를 넣고 밤톨만한 크기로 빚은 후,

끓는 물에 삶아내어 대추채에 굴린다. 찜통에 물을 붓고,

김이 오르면 천을 깐 다음 잡과편을 넣는다. 살짝 찐 후 잡과편의 표면에 참기름을 바른다.


 

 

9. 전

찹쌀가루에 대추채를 곱게 갈아 반죽한 것을 납작하게 만든 후,

기름을 두른 팬 위에서 얇게 지지고 설탕을 뿌린다.

 


 

10. 산심

찹쌀 반죽을 조금씩 떼어 지름 5㎝가 되도록 둥글고 납작하게 만든 후,

기름을 두른 팬 위에서 얇게 지지고 설탕을 뿌려둔다.


 

 

11. 주악

찹쌀 반죽을 둥글고 납작하게 빚어 볶은 콩가루와 물엿을 섞은 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가장자리를 접어 만든 떡이다.

주악은 마치 조약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기름에 지지기 좋도록 송편보다는 납작하게 빚는다.

 


 

 

12. 흑임자경단

흑임자(검은깨)는 볶은 후 빻아서 가루로 만들어 둔다.

찹쌀 반죽을 밤톨만한 크기로 빚은 후, 끓는 물에 삶아내어 흑임자 가루를 묻힌다.

경단을 검은깨 위에 굴렸다고 이 마을에서는 깨구리라고 부른다.

 


 

 

오색한과

충재 선생의 불천위제사가 500년을 이어온 것처럼, 오색한과도 500년이 되었다.

 치자, 검은깨, 자하초, 껍질 벗긴 깨로 곱게 물들인 오색강정과 넓적하게 튀겨 만드는 산과, 약과가 있다.

오색한과는 찹쌀로 손바닥만한 떡살을 만들어 바싹 말린 후 기름에 넣어 튀긴다.

지진 유과에 갖가지 옷을 입혀 만든다. 오색강정은 자연에서 얻은 다섯 가지 색으로 물들여 만든다.

자하초를 우려 빨간색과 분홍색을 뽑고, 노란색은 치자물로 빚는다.

흰깨를 거피해 흰강정을 만들고, 흑임자를 붙이면 까만 강정이 된다.

 

 

글: 김영, 김행란, 유선미 /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의 대표 리포트 12호에 게재된
[종가음식 이야기] 보고서를 발췌하고 풀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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