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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시대 맛과 멋을 갖춘 종가음식

요리 이야기/음식이야기1

by 그린체 2016. 10. 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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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많이가고, 일반인들과는 별개의 음식으로 치부됐던

종가음식이 웰빙시대를 맞아 재조명받고 있다.

슬로푸드 열풍과 로컬푸드를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가치변화도 종가음식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종가음식은 각 집안의 전통과 종부의 솜씨 그리고

지역특산물이 어우러져 형성된 우리나라만의 문화유산이다.

음식 종류도 제사, 식사, 접빈, 구제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고,

곁들여지는 술과 천연조미료까지 포함하면 종가음식에 관한 콘텐츠가 방대하다. 

종가음식은 집안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고

외관을 화려하게 꾸민다는 선입관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소박한 음식을 즐겼다.

종가 음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드는 이의 정성이며,

재료의 손질부터 조리 과정에도 먹는 이에 대한 존경과 배려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조 이후로 많은 종가가 존재하며,

그 중에서도 최고의 종가는 문묘(성균관과 향교)에 모셔진 18인의 가문이다.

신라 2현(설총, 최치원), 고려 2현(안향, 정몽주)의 4분에

조선 유림 14현을 포함해 '동국십팔현'으로 추앙받고 있다.

문묘에 배향되는 것은 전통사회에서 가문의 최고 영예로서

논의 과정이 정밀하고 매우 치열하다.

고려의 대석학 이제현이나 해동공자 최충,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던 조식도 제외될 정도로 엄격하다.

이런 종가에서 만든 음식은 전통의 맛과 멋이 그대로 살아있고,

우리만의 정서와 예의가 담겨있는 문화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종가음식의 첫번째 원칙은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서

현대의 종가음식은 향토음식의 보고이자 로컬 푸드의 원조다.

바다와 멀어 해산물을 구하기 어려운 충북 청원의 문화 류씨 대승공 류차달 종가에는

콩을 이용한 요리가 많은 특징이며,

경상도에서는 인근 바다에서 상어가 많이 잡혀, 돔배기 구이 등 상어를 이용한 음식을 애용했다.

종가음식은 전통의 맛이 보존돼 온 내림의 음식이자 기다림의 음식으로,

그 비법의 완성은 대대로 내려온 장맛에 있다.

장은 긴 시간 발효를 거치는 대표적인 슬로푸드로서 같은 방법으로 요리를 해도

흉내 낼 수 없는 종가음식의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다.

모든 문중에는 그 가문만의 장이 보존, 계승되고 있으며,

보은의 보성 선씨 선영홍 가문에는 350년 된 씨간장이 존재할 정도다.

대나무가 많은 담양 장흥 고씨 고세태 종가에서는

죽염 간장으로 만든 장아찌와 전복초, 우엉탕 등이 유명 하고,

순창 안동 권씨 추밀공 가문에는 순창 전통고추장에 4~6년 된 홍삼을 넣고

장기간 숙성시켜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홍삼장아찌가 대표적이다.

종가음식은 맛만큼 멋도 중요하다. 다양한 색, 꽃으로 장식한 보기 좋은 음식은 먹는 맛을 더하고,

오방색 장식은 음양오행에 순응하는 건강한 삶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충재 권벌 종가의 닭실 마을 오색한과는 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치자와 검은깨, 흰깨, 지초 등 자연에서 얻은 다섯 가지로 천연색소로 물들인 웰빙 한과다.

현재 닭실 마을의 오색한과는 마을 부녀회의 노력으로 닭실을 대표하는 사업이 됐다.

종가에는 손님을 빈 속으로 보내지 말고,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이 대대로 이어진다.

평소에는 소박한 식생활을 하지만 각종 제례 때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베풀고 나누는 문화가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주 최씨 종가에는 제사를 지내고 자손들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전통이 존재하며,

밀성 손씨 종가댁에서는 손님이 오면 찬은 하나하나 뚜껑이 덮인 유기에 담고,

문어수란채국, 황태보푸리, 약장, 전복초, 갈비찜, 자반, 돔장 등으로 구성된 칠첩 외상을 내놓는다.

종가음식은 우리만의 독특한 식문화로 동양권에서 중국, 일본과도 확연히 차별화가 가능하다.

한식세계화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하는 로컬푸드,

몸에 좋아 약이 되는 약선음식 등의 의미를 덧붙여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또 각 문중에 전해 내려오는 음식 관련 서적을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경북 안동의 광산 김씨 예안파 문중에는 450여 년 된 요리책 '수운잡방'이 전래돼 내려오고 있다.

석계 이시명 종가의 장계향이 쓴 '음식디미방'은 330여 년 된 최초의 한글요리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종가음식의 보존과 대중화를 위해 종부들이 살아있을 때

과학적인 접근으로 재료, 레시피 등의 자료 발굴과 보존이 시급하다"며 "

종가음식의 영양적 가치, 약선으로서의 효능 등을 과학적으로 평가해

전통 식문화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면 독특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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