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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이 선택한 '최고·최상의 술안주'

요리 이야기/술과일

by 그린체 2013. 11. 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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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런 술안주 이야기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회 철이 돌아왔다. 술을 부르고 또 잠재우는 최고의 술안주는 무엇일까.
주당과 술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최고·최상의 술안주' 이야기에 술 없이도 취할 듯하다.


안주야말로 술을 술답게 하는 능력자다. 맛깔스러운 안주가 없다면 최고의 술도 없다.

바야흐로 술의 계절이 찾아왔다. 한잔 술에 한해의 수고를 털어버린다.

송년회 준비에 고심하는 전세계 총무들을 위해 안주에 관한 몇 가지 조언을 esc가 선물한다.

 

 

 

 


소설가 박범신 "술에 찍는 연지곤지"
연지곤지는 세월 따라 화려한 색을 찬란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낡은 누이의 옷섶처럼 애처롭기도 하다.

그는 최고의 안주로 젊은 날 어머니가 뻘겋게 무쳐준 홍어를 꼽는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

그때는 홍어가 그리 비싸지도 않았지." 그의 모친은 홍어를 밥물에 쪄서 매콤하게 무쳤다.

"막걸리에 마땅한 안주가 뭐 있던 시절인가!" 그만한 안주가 없었다. "아주 매웠어."

혀를 덜덜 떨게 할 만큼 매웠던 홍어무침은 시큼한 막걸리와 최고의 궁합이었다.

잊지 못할 가장 화려한 안주도 있다.

네팔 트레킹 하던 때다. 해발 3000m까지 올라가자 열 명의 산행 동지들과 그는 술 생각이 간절했다.

그 높은 산등성이에서도 조니워커를 50달러에 파는 이가 있었다. '옳다구나' 하고 집어 들었지만 쓴 술에 안주 생각이 절로 났다.

그때 눈에 띈 게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염소였다. 100달러 턱하니 내고 우리식 백숙처럼 푹 삶아 쫄깃한 살과 국물을 안주로 삼았다.

마을사람들과 다른 나라 등산객들도 모여들었다. 원시 부족사회처럼 모닥불 주변에 춤판이 벌어졌다.

푸짐한 안주가 연 축제였다. "가장 행복하고 좋았지, 모두가 마음속에 입고 있던 제복을 벗어버렸으니까."

가난했던 청년 박범신을 지켜준 안주도 있다. 전북 무주군에서 교편을 잡았던 시절이다.

밤마다 40리 길을 뛰었다. 충북 영동역에 도착하면 역 앞 선술집에서 막걸리와 따끈한 국물 안주를 만났다.

"눈물겹고 감동적이었다." 시장 닭집에서 공짜로 얻은 닭발이나 교편을 접은 뒤 무작정 상경해 "밤 색시가 있던

신당동 골목의 왜정 때 지은 목조건물"에 살면서 먹은 국밥과 시래깃국도 잊지 못한다.

안주에 대한 기억이 연작소설처럼 다채롭지만 엄밀히 말해 박씨는 안주예찬론자가 아니다.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맛이 안 난다." 지금 그가 최종 도착한 안주의 세계는 "너무 기름지지 않고

양이 많지 않은" 두부나 김치다. "멋있는 안주들이다."


화가 사석원 "술을 부르는 전령"
안주예찬론자인 그는 "안주가 더 중요하다. 매일 벌어지는 (술)축제는 안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안주를 정한 뒤에 술을 고른다. "족발은 평생 먹은 안주다. 장충동의 '평안도족발집'만 간다."

돼지비계가 넉넉한 김치찌개나 삼겹살도 아끼는 안주다. "안주로서 돼지고기류는 최고다. 포도주에도 잘 맞는다."

냉면집 '을지면옥'에 가도 냉면은 뒷전이고 돼지수육부터 주문한다.

대학 시절 첫 소개팅에서도 그놈의 돼지고기 안주가 문제였다.

"돼지껍질이 꼭 먹고 싶었다." 서울역 앞 노점으로 장소를 정했다. 그곳에는 빨갛게 무친 푸짐한 돼지껍질이 있었다.

지게꾼들의 단골인 허름한 술집이었다. "그녀가 내색은 안 했지만, 먹으면서 '여자들은 안 좋아하겠구나' 생각 들었다."

그 후로 그녀를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서울 사람들에게 고향은 단골 술집"이라고 한다.

종로의 '남원집'이나 '소문난 집', 노량진 수산시장의 '중앙식당', 광장시장의 '오순네 빈대떡' 같은 대폿집들이

모두 그의 고향이다. 주모관이 투철한 그는 주인이 권하는 안주는 두말없이 먹는다.

"주모의 성정이나 인심이 안주만큼 중요하다." '남원집' 할매의 코다리찜이 그런 안주다.

초콜릿이나 도넛, 단팥빵 같은 것을 사가서 주모에게 아첨도 한다.

그에게 최고의 안주란 무엇인지 물었다. "역시 공짜 안주다." 해맑게 웃는다.


전통주연구가 박록담 "가양주 복원의 수단"
"안주가 술의 향기를 뛰어넘거나 술보다 자극적이면 술맛이 상실된다. 보조수단이어야 한다."

그가 우리 안주의 역사를 읊는다. 우리 조상들은 술을 빚을 때 목적과 용도가 분명했다.

안주도 그런 원칙에 맞는 지역의 제철 음식이었다고 한다.

고추가 유입된 조선시대 이후에는 다양해진 음식만큼이나 안주도 다채로웠다.

반주나 접대주로 술을 빚는 사대부들의 안주에서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민어회 같은 생선회, 낙지호롱, 어만두, 숭어포나 민어포, 어란 같은, 조리법도 간단하지 않은 고급 음식이었다.

반대로 부유하지 않은 중인과 농민의 안주는 그야말로 서민적이었다. 동동주나 두견주, 탁주 등을 즐겼는데,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김치찌개, 빈대떡, 도토리묵무침 같은 것들이었다.

우리 술마다 따라 나오는 안주도 달랐다.

궁중 향온주에는 승기악탕, 보만두가, 경주 최부잣집 교동법주에는 사연지(최부잣집의 내림 백김치)가,

한산 소곡주에는 상추초절임이, 경기도 산성소주에는 효종갱(고급 해장국)이 짝이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안주는 숭어 어란과 쇠고기산적, 백김치다. 청주, 약주, 탁주, 소주 등 모든 술에 어울린다."

2000년도 열린 '전통음식품평회'를 잊을 수 없다. 복원한 전통주에다가 닭발과 염통 안주를 냈다.

심사위원인 유명 호텔 주방장들과 조리학교 교수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했다.

구운 닭발과 염통을 다지고 마늘 한쪽 올린 안주였다. 우리 술에 맞는 찰떡궁합 안주도 추천한다.

막걸리 같은 탁주에는 김치류, 돼지고기나 수육, 전이 어울린다. "수분이 적고 자극성이 없는 음식이 좋다.

수분이 많으면 탁주 특유의 향미를 느낄 수 없다." 순곡 청주에는 생선회, 구이 등의 생선 요리, 두부, 만두, 버섯류가 적당하다.

"향과 맛을 즐기는 술이다. 담백한 것이 좋다." 가향약주는 떡이나 생선회, 맑은 탕이 좋다.

증류식 소주류는 탁주와 반대다. 수분이 많고 고단백 저지방 안주가 좋다. 도수가 높아서다.


주류회사 직원 백은주 "밤새 풀어야 할 숙제"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백은주 대리는 일주일에 3~4번은 마치 무협영화의 주당처럼 허리춤에 술병을 챙겨 맛집을 찾는다.

횟집, 등심전문점 등 안 다닌 곳이 없다. "물만 마시고 시음하기도 하지만 안주가 있는 상황을 봐야 한다."

하지만 술집에 술을 가져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홀보다는 룸을 예약하는 편이다."

지난해 연 '드림 레시피 콘테스트'도 안주와의 궁합을 알아보려는 전략이었다.

같이 일하는 이정훈 대리는 "닭발 같은 매운 음식과는 어울리는 술이 다른 메뉴와는 어떨까 고민해 연 대회였다"고 한다.

발로 뛴 정보들은 마케팅에 활용된다. 올해도 안주대회를 열 예정이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술집까지 운영했었다.

안주 때문이었다. 이러다 보니 마케팅실 직원들은 미각이 발달하고 맛집을 꿰고 있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내분비내과 의사 김성래 "언제나 퀴즈"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술 마실 때 안주 먹어야 하나요?

살찌는 원인이라는데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한비만학회 학술이사이기도 한 그는 단호하게 답한다.

"안주는 섭취 열량을 높이지만 알코올 섭취로 인해 부족해지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고,

빠져나가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는 적절한 안주를 먹는 게 낫다." 술만 마시면 살이 안 찐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도 받는다.

"술은 저장되지 않는 열량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영양분이 없는 열량이다." 결국 술만 마셔도 살은 찐다는 얘기.

그는 빈속에 절대 알코올을 섭취하지 말라고 권한다. 흡수가 빨라진다. 맑은 탕이나 국물 요리, 과일, 채소를 추천한다.

그도 즐기는 안주다. 해장과 비타민 보충에 도움이 된다.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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