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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을 톡 쏘는 향 전통 향신료 초피 와 산초

요리 이야기/식재료1

by 그린체 2014. 10. 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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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숲길 사이로 박하처럼 화하고 레몬처럼 산뜻한 내음을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 초피나무 있었다. 우리 음식에 섬세한 맛과 향을 더해주던

전통 향신료 초피의 짙은 내음에 빠지다.

톡 쏘는 내음과 산뜻한 향을 내는 초피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불과 100여 년,

그 전 우리 전통 음식에 매운 맛과 향을 더해주던 것이 초피다.

코끝을 톡 쏘는 화한 향,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매운 향과 맛,

거기에 시트러스류의 산뜻한 향이 짙은 초피는 고추류의 '뜨거운' 매운맛과

다른 '시원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그 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옛날 왕들은

후궁들의 담장이나 방 벽에 초피물을 발라 향기가 나게 할 정도였다.

옛 문헌을 보면 각종 요리에 심심치 않게 초피가 등장한다.

1460년대에 쓰인 식이요법서 < 식료찬요 > 에는 '초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초'는

지금의 '고추'가 아닌 초피나무 열매나 산초나무 열매를 가리킨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 우리 전통 김치에는 초피가 빠지지 않고 들어갔는데,

매운맛을 더하는 것은 물론 김치가 오래 쉬지 않게 할 뿐 아니라 특유의 향긋한 내음으로

젓갈의 쿰쿰한 내음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고기 누린내나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도 탁월해 각종 고기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대표 향신료이기도 했다. 4~5월에 작고 푸른 열매를 맺는 초피는 10월이 되면

빨갛게 익는데, 그때 딴 초피를 볕에 잘 말려 갈색으로 변한 겉껍질 부분을 갈아 사용한다.

씨는 기름이 많아 같이 갈면 금방 산화돼 초피가루에서 '쩐내'가 나기 때문에 제거하고,

씨만 따로 모아 기름을 내어 전 등을 부치면 향을 더한다.

5~6월경의 덜 익은 푸른 초피 열매는 그대로 따 장아찌로 담가 즐기고 이때 작은 잎을 따

겉절이 김치에 넣거나 초피나물, 초피장떡, 초피부각 등으로 만들어 즐겼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집마다 초피나무를 한 그루씩 키우며 무더운 여름 생선찌개를 끓일 때

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꺾어 찌개에 통으로 넣고 비린내를 없앴다.

잘 말린 열매는 말린 고추와 함께 빻아 초피고춧가루를 만들어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강원도뿐 아니라 경상도와 전라도, 황해도, 제주도 등 우리 향토 음식은 향긋한

초피 내음 풍기는 것이 많았는데 갑자기 들어와 한반도를 점령해버린 고추에 밀려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낯선 향신료가 되어버렸다.

 

 

 

초피와 산초
흔히 초피와 산초를 같은 열매라 생각하는데 둘은 차이가 있다.

산초는 초피보다 얼얼하고 매운 향이 약하며 씹었을 때 매운 향만 있을 뿐 매운맛 자체를 내지는 않고

또 초피가 가지고 있는 레몬 향이 없다. 하지만 생긴 것이 거의 비슷해 언뜻 보면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잎사귀 끝이 톱니바퀴처럼 뾰족뾰족한 것이 초피, 그렇지 않은 것이 산초다.

둘의 사용법이 거의 같은 데에다 초피를 지방에 따라 조피, 제피, 지피, 첸피, 천초, 남초, 진초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어떤 곳에서는 '산초'라고까지 부르기 때문에 '초피'와 '산초'가 흔히 혼용된다.

 

초피와 산초의 용례가 혼용된 데에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품질이 우수한 우리 초피를 수입하면서

산초'라 부른 연유도 있다. 실제로 지리산 기슭에 자생하는 우리 초피는 향이 짙으면서도 섬세해 평소

샨쇼(초피)'가 들어간 요리를 즐기는 일본에서 대량 수입하고 있다.

중국 쓰촨 지역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시추안페퍼'는 산초와 비슷한 맛과 향을 낸다.

서양에서는 후추와 비슷한 매운맛이 나면서도 독특한 아로마를 지닌 초피를 '동양의 신비한 후추'로 여기며

팔각 향이 난다고 해 '아나이스페퍼', '시추안페퍼', '브라운페퍼' 등으로 부른다.

시중에 판매되는 '산초가루' 중 다수가 실은 '초피가루'인 셈인데 (물론 산초가루일 수도 있다)

중국산은기름 쩐내가 나고 가루가 거무스름한 반면 국산 초피가루는 산뜻한 향이 나고 연녹색을 띤다.

말린 초피 열매는 공기 중에 금세 산화하기 때문에 미리 갈지 않고 통으로 밀폐 용기에 넣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요리에 사용하기 직전 필요한 만큼만 갈면 맑고 짙은 향을 즐길 수 있다.

초피는 예로부터 생선과 인연이 깊다.

각종 생선찜에 초피가루를 더해 향긋한 내음을 더하는가 하면 초피 잎과 고추를 듬뿍 넣고 지진

민물고기 조림은 특별한 별미였다. 생선찌개에는 초피 잎이 달린 가지를 잘라 넣어 끓였고

보양을 위해 먹는 붕장어찜도 초피만 있으면 비린내 걱정이 없다.

시래기와 미꾸라지 넣고 푹 고아 만드는 추어탕은 초피가루 듬뿍 뿌려야 제맛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장어 요리에 초피가루를 즐겨 뿌린다.

기름진 장어의 풍부한 맛과 초피의 산뜻하고 개운한 맛이 어우러져 풍부한 조화를 이룬다.

한방에서는 초피를 성질이 뜨거워 속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북돋우며 소화를 돕는 약재로 봤다.

살균 효과가 좋아 여름철 음식이 쉬지 않도록 돕는다."

 

 

 

초피가루 더한 장어깻잎말이찜
깻잎장아찌와 더덕짱아찌가 기름진 장어구이와 어우러진다.

여기에 초피가루를 더하면 산뜻하고 그윽한 향이 입안을 기분 좋게 채운다.

재료: 장어 ½마리, 더덕장아찌 100g, 깻잎장아찌 4장, 쪽파 2대, 생강 20g, 깻잎 적당량, 초피가루 약간
        유자간장소스: 간장·식초 40mL, 맛술 80mL, 레몬즙 ½개 분량, 유자청 10g
        밀전병: 박력분 112g, 달걀물 150g, 버터 22g, 우유 375g, 흑임자가루 30g, 식용유 적당량

1. 박력분에 달걀물과 실온에 둔 버터, 우유, 흑임자가루를 넣고 날가루가 없을 정도로만 잘 섞어 반죽을 만든다.

   달군 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반죽 60g을 떠 올려 얇게 부쳐 밀전병을 만든다.
2. 유자간장소스 재료를 모두 섞는다.
3. 장어는 뼈를 발라내고 잘 손질해 직화로 앞뒤 노릇하게 초벌구이 한 뒤 초피가루를 뿌린다.

   쪽파도 직화로 노릇하게 굽는다.
4. 생강과 깻잎은 가늘게 채 썰어 물에 담가 헹궈 아린 맛을 빼고 물기를 제거한다.

   더덕장아찌와 깻잎장아찌도 물기를 제거해 준비한다.
5. 밀전병 위에 구운 장어, 깻잎장아찌, 더덕장아찌, 깻잎장아찌, 더덕장아찌, 깻잎장아찌,

   구운 장어 순으로 올리고 김밥 말듯 단단하게 말아 고정한다.
6. 200℃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5분간 굽는다. 오븐이 없으면 김 오른 찜통에 찐다.
7. 장어깻잎말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고 구운 쪽파를 보기 좋게 올린다.
8. 생강과 깻잎 채 썬 것을 유자간장소스에 가볍게 무쳐 곁들인다.

 

 

 

산초물회
산초기름을 넣어 싱그러운 향과 맛을더한 개운한 물회 한 그릇이면 잃었던 여름 입맛도 금세 돌아온다.

물 좋은 횟감의 감칠맛과 산초의 그윽한 향이 어우러져 더없는 맛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재료: 농어 80g, 배 45g, 오이 35g, 메밀 면 40g, 래디시·영양부추 적당량씩, 산초기름·초피장아찌 약간씩
         물회 국물: *감초물 50mL, *고추양념·사과즙 30mL씩, 배 과즙 20mL, 식초 15mL, 레몬즙·소금 약간씩
*감초물 대추 30g, 감초 20g, 물 1L *고추양념 양파·고운 고춧가루 40g씩, 간장·물엿 40mL씩

 당근·사과·배 20g씩, 홍고추 15g, 생강 10g, 다진 마늘 약간

1. 냄비에 물 1L를 붓고 감초와 대추를 더해 중약 불에서 20분가량 우려 감초물을 만든다.
2. 고추양념 재료인 양파와 당근, 사과, 배, 홍고추, 생강, 다진 마늘은 모두 믹서에 곱게 간 뒤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 빨간색을 내고 간장과 물엿을 더해 고추양념을 만든다.
3. 감초물 50mL와 고추양념 30mL를 포함한 물회 국물 재료를 한데 섞고 체에 밭친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살얼음이 낄 정도로 보관한다.
4. 농어는 포를 떠 가늘게 채 썰고 배와 오이는 3cm 길이로 채 썬다.

    래디시는 얇게 저미고 영양부추는 3cm 길이로 자른다. 초피장아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5. 메밀 면은 끓는 물에 잘 삶아 헹궈 얼음물에 담갔다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6. 농어회는 얼음물에 가볍게 흔들어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하고 면포에 넣고 한 번 더 물기를 꼭 짠다.
7. 접시에 농어회를 담고 배와 오이를 올려 담은 뒤 래디시와 영양부추로 장식한다.

   초피장아찌를 올리고 국물을 부은 뒤 산초기름을 몇 방울 더한다. 삶은 메밀 면을 곁들인다.

"옛 어르신들은 잔치를 치를 때면 찬장에서 귀한 산초기름을 꺼내 번철에 두르고 노릇하게 두부를 부쳤다.

그때가 되면 그윽한 산초 내음이 온 집 안에 가득했다. 고소한 두부에 매콤한 맛과 짙은 향이 어우러진

산초두부구이는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지는 술도둑이기도 하다.

가루는 초피가 산초보다 맛과 향이 진하다지만, 기름만큼은 산초의 것이 흔하고 맛도 좋다.

초피와 산초는 두부와의 조화가 훌륭해 연두부에 초피가루 약간, 산초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먹어도 좋고

김치찌개에 큼직하게 두부를 썰어 넣고 초피가루를 더해 팔팔 끓여도 별미다.

초피 열매가 다 여물기 전 속이 여리고 파란 것을 따서, 끓여 식힌 간장을 붓고 장아찌를 만들면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요긴한 밑반찬이 된다. 맛과 향이 강해 조금만 먹어도 입맛이 금세 돈다.

초피는 '분디'라고도 불렀는데 황해도 지역에서는 이 초피장아찌를 '분디장'이라 부르며

이것을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먹었다. 고추장을 담글 때 초피가루나 잎을 더하면 군내가 나지 않고

향기로운데 그 고추장에 더덕을 박았다 장아찌로 먹어도 별미다."

 

산초두부구이와 시래기강된장
산초기름에 지져 고소하면서도 맵싸한 향이 일품인 산초두부구이,

국물 자작한 시래기강된장을 더하면 밥 한 그릇이 뚝딱, 술 한 말이 금방이다.

재료: 두부 320g, 산초기름 60mL, 애호박 60g, 래디시·영양부추 약간씩, 각종 장아찌 약간씩
시래기강된장: 불린 시래기·애호박·표고버섯·양파·감자 20g씩, 풋고추·홍고추·다진 마늘·다진 대파·

국물용 멸치·맛술·고춧가루·감자 간 것·초피가루 약간씩, 다시마 우리 물 200mL, 조개 국물 40mL, 된장 15g

1. 불린 시래기는 물기를 꼭 짜고 3cm 길이로 자른다. 강된장용 애호박과 표고버섯, 양파,

    감자는 사방 0.5cm로 깍둑썰기하고 고추는 반 갈라 씨앗을 제거한 뒤 잘게 썬다.
2. 다시마 우린 물과 조개 국물, 된장, 맛술, 고춧가루를 냄비에 넣어 잘 푼 뒤 ①의 채소와 버섯,

    다진 마늘, 대파, 멸치를 모두 넣고 자작하게 끓여 채소가 익으면 감자 간 것을 넣어가며 되직하게

    농도를 조절한다. 원하는 농도가 되면 산초가루를 한 꼬집 넣어 강된장을 만든다.
3. 두부와 애호박은 1.5~2cm 두께로 도톰하게 자른다. 래디시는 얇게 저미고 영양부추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4. 달군 팬에 산초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애호박은 김 오른 찜통에 넣고 1분간 찐다.
5. 접시에 강된장을 담고 구운 두부를 올린다. 찐 애호박과 래디시, 영양부추를 보기 좋게 올리고

   각종 장아찌를 곁들인다. 산초장아찌를 곁들여도 좋다.


초피장아찌
입안이 아릴 정도로 톡 쏘는 초피 열매로 장아찌를 담그면 일 년 내내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재료: 초피 열매(파란 것) 600g, 초피 잎 200g, 식초·소금 적당량씩
장아찌간장 식초 700mL, 간장 550g, 물 500mL, 청주 100mL, 설탕 600g, 양파 100g,

말린 표고버섯·대파(흰 대 부분) 50g씩, 말린 다시마 20g

1. 초피 열매와 초피 잎은 식초와 소금을 약간씩 더한 미지근한 물에 넣고 2시간가량 재운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행군 뒤 물기를 제거하고 그릇에 담는다.

    뜨거운 물에 7~8시간 담가 아린 맛과 향을 중화한다.
2. 장아찌간장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가장 약한 불로 줄이고 30분간 은근히 졸인다.

   간장이 다 달여지면 면포에 거른다.
3. 유리병이나 밀폐 용기, 항아리 등에 초피 열매와 잎을 담고 뜨거운 장아찌간장을 부어 밀봉한 뒤

   10~15일간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중간에 한 번 간장을 따라 내고 다시 끓여 붓는다.

   서늘한 곳에서 100일 정도 숙성해 먹는다.

 

에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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