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는 서민의 생선'이었다'. '이다'라고 쓰지 못한 지 제법 되었는데, 계속 그럴 것으로 보인다.
연근해의 갈치 어획량은 줄고 있고, 중국인이 갈치 맛을 들였다고 하니
원양 갈치는 앞으로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을 것이다.
통통한 갈치가 상에 오를 일이 점점 드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갈치가 쌌다 하지만,
그때에도 통통한 갈치 먹지 못하는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갈치는 쌌고, 서민들은 이 갈치를 먹었다.
갈치가 작아 풀잎 같다 하여 이 작은 갈치를 풀치라 불렀다.
이 풀치를 생으로 굽거나 조리면 살이 물러 흐트러진다.
그래서 이를 말려서 먹었다. 말린 풀치를 조리면 살이 또각또각 떨어져 먹기 편하다.
맛도 웬만한 큰 갈치보다 낫다.
말린 풀치이다. 살을 반으로 발라서 말린 것인데, 마산항에서는 다들 이렇게 말린다.
이 방법의 풀치가 많이 번져 수도권의 재래시장에서도 이런 풀치를 가끔 볼 수 있다.
생선은 쉬 상한다. 냉장시설이 보급되기 이전 이를 오래도록 보관하기 위해서는 소금에 절이거나 말렸다.
여기에다 한반도에서의 교통 발달 상황을 감안하면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바닷가가 아니면 싱싱한 생선을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면, 바닷가 사람들은 내내 싱싱한 생선을 먹었을까 하면, 그렇지 않다.
어부가 막 잡은 싱싱한 생선을 팔 수 있는 시간은 기껏 하루 정도이다.
그 시간 안에 생선을 다 팔 수 없는 것은 거의 확실할 것이고, 따라서 소금에 절이거나 말릴 수밖에 없었다.
바닷가의 시장에 가면 싱싱한 생선만큼 소금에 절이거나 말린 생선이 많이 보이는 것은 이 까닭이다.
소금에 절이는 것보다 말리는 것이 더 흔한데, 그러면 그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비자는 대부분 싱싱한 생선이 맛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바닷가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싱싱할 때 맛있는 생선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손질을 하여 살짝 말린 것이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바닷가 사람들은 싱싱한 생선을 사다가 이를 손질하여 말려서 조리한다.
오랜 관습에 따른 것이 아니다. 다 까닭이 있다. 생선은 그 껍질에 점액을 지니고 있다.
생선이 바닷물로부터 그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점액일 것이다. 이 점액에는 비린내 등 나쁜 냄새가 베어 있는데,
생선은 죽은 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냄새가 심해진다. 이 점액은 물에 씻는다고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선을 다듬어 약간의 소금을 더한 후 채반에 널어 말리면 그 아래로 생선 몸 안의 점액도 함께 빠져 나온다.
또, 이렇게 말리는 과정에서 생선의 살은 감칠맛이 풍부해진다. 생선의 살은 단백질인데,
이게 말리는 과정에서 일부가 감칠맛의 아미노산으로 바뀌는 것이다.
수분이 빠져나가니 생선 살의 맛 성분이 농축되는 효과도 있다. 싱싱한 생선보다 말린 생선이 맛있는 것이다.
제목을 '창원 풀치'라 하였지만, 어색하다. '마산 풀치'라 하여야 하는데,
2010년 7월 창원시, 진해시와 통합되어 창원시가 되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풀치를 말리고 파는 곳은 마산항이다.
마산항에 들어오는 어선은 그렇게 크지 않다. 연안 어업의 배가 많다.
큰 갈치를 잡으려면 다소 먼 바다로 나가야 하지만, 연안에서는 갈치를 잡아봤자 그 씨알이 잘고,
그러니 마산항에서는 오래 전부터 풀치 말리는 일을 하였을 것이다.
풀치만이 아니라 아귀, 물메기, 정어리, 도다리 등등 마산항에 들어오는 많은 생선들이 말려졌다.
근래 들어 이 말린 생선들이 마산항에서도 귀해지고 있다. 말린 생선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줄고 있는 것인데,
'가공' 없이 파는 것이 어민과 상인 입장에서도 더 쉬운 일이니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풀치는 갈치가 잡히는 남해와 황해 연안의 항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산항의 풀치는 이 여느 지역의 풀치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풀치를 통으로 말리는데,
마산항의 풀치는 살을 길이대로 갈라서 말린다. 반으로 갈라 말린 것과 통으로 말린 것의 맛 차이는 크다.
또각또각 살이 뼈에서 떨어지는 느낌도 다르다. 마산항의 이 풀치 말리는 방법은 오랜 전통에 기댄 것으로 보이는데,
마산항의 건어물들은 대체로 이렇게 반을 갈라 말린 것들이다.
마산항의 생선이 맛있다 하는 것은 생선 그 자체가 맛있는 것이라기보다 생선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전국의 음식이 된 마산 아구찜도 마산에서는 말린 아귀로 한다.
마산의 어항이다. 이 어항 뒤로 어판장이 있고, 새벽에 경매를 한다.
마산항의 배들은 작아 어판장에는 연안의 생선들이 주로 들어온다.
풀치를 말리고 있다. 겨울이면, 거의 얼듯이 마른다.
살이 얇아 그리 오래 말리지는 않는다.
갈치가 귀해졌다. 2011년에는 갈치 가격이 폭등하여 금갈치, 다이아몬드갈치라 불렀다.
최근에 국립 수산과학원이 낸 자료에 의하면 2012년의 갈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도 어미(머리에서 항문까지의 길이 26센티미터 이상)의 자원량 수준은 낮을 것으로 조사되어
전년 수준인 3만3천톤을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갈치가 귀해진 것은 바닷물 온도 변화와 갈치를 마구 잡아먹은 결과일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풀치라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마산항 근처의 사람들은 맛있는 풀치가 있어 다행이다 싶다.
어판장 옆 작업장
새벽 경매가 열리는 어판장 바로 옆에 풀치 작업장이 몇몇 있다. 이곳 외에도 마산항에 몇 곳 더 있다고 들었다.
냉동 풀치를 녹이고 씻고 거는 일은 남자의 일이고, 풀치의 배를 가르는 일은 여자의 일이다.
농어촌에서의 작업을 보면, 까다롭고 정교한 일은 거의가 여자 몫이다.
남자는 그냥 왔다갔다 하는 것 정도밖에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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