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Dance
정서를 고양시키는 극적인 광경을 우리는 흔히 영화에 빗대곤 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수사는 그렇게 쓰여지고 읽혀지고 말해지고 들려진다. 그리고 그건 사뭇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영화란 정서를 고양시키려는 목적을 극적인 장면으로 시각화하는 기술의 예술이니까. 그러나 안타까우니 기억력이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면조차도 재현장치의 도움 없이 뇌리에 고스란히 남겨두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컨대, 영화는 음악을 사용한다. 음악이라면 결코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그게 바로 음악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기억에 각인된 선율은 영원히 살아있다고 얘기한다. "그들도 그것까지 빼앗아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에요."
그러므로 유성영화의 등장은 어쩌면 대사 전달을 용이케 한 기능성의 측면보다 음악 삽입을 통한 가능성의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띄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의 첫 번째 대사가 알 졸슨의 노래로 시작되는 것을 보라. 스티븐 스필버그는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은 영상의 역할이지만 결국 관객의 눈물을 떨구게 만드는 것은 음악의 힘"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 눈 덮인 운동장을 바라보는 올리버(라이언 오닐)의 뒷모습에 고정된 [러브 스토리]의 마지막 장면에 프랜시스 레이의 테마음악이 없었다고 생각해보라.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없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우주선 도킹 장면을, 바흐의 푸가를 연주하는 파이프 오르간 선율을 빼고
[대부]의 '세례와 학살' 장면을 떠올린다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기억에 남은 영화의 한 장면과 '그 장면에 흐르던 노래'를 얘기해보기로 했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기억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주제별로(라고 쓰고 제멋대로라고 읽는 방식으로) 분류했다. 가사가 포함된 대중음악 '노래'의 형식을 취한 음악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전제를 제외하곤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았고 순위 같은 것도 매기지 않았다. 이건 '최고의 장면'이나 '위대한 사운드트랙' 따위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추억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제별로 아홉 곡씩, 애매한 숫자의 선곡을 한 이유도 딴은 그렇다. 독자 여러분들 당신만의 한 장면을 골라 넣어 열 곡을 꽉 채워 달라는 뜻이다. 앤디 듀프레인 또한 저런 얘기들을 한 뒤에 반문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그런 식으로 음악을 느껴본 적 없나요?"라고 말이다.
Stayin' Alive - Bee Gees [토요일 밤의 열기](1977)
영화가 시작되고 배우의 이름과 영화의 제목이 자막에 떠오르는 순간, 번쩍이는 구두와 펄럭이는 바짓단으로 거리를 쓸듯 경쾌하게 내닫는 발걸음이 클로즈업된다. 페인트 통을 배달하는 와중에도 잔뜩 멋을 낸 청년 토니 마네로(존 트래볼타). 쇼윈도를 기웃거리고 아가씨들을 힐끔거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그의 모습 뒤로 'Stayin' Alive'가 흐른다.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의 저 유명한 오프닝 시퀀스는 극히 단순한 육체의 리듬만으로 관객들에게 춤의 본질과 음악의 본분을 강렬하게 전시하는데 성공했다. 보고만 있어서 온몸이 들썩거리는 느낌. 당시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디스코에 열광했었는지를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거기 있다.
(박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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