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선물은 올해도 경산 대추, 여주 햅쌀, 장흥 육포 등
전국 각지의 특산 농산물이었다.
지난해 추석에도 박 대통령은 햅쌀, 흑미, 찰기장, 잣, 찹쌀 등 특산 농산물을
사회 각계 주요 인사, 사회적 배려 계층 등에 선물로 보냈다.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은 사회 각계 인사와 소외 계층 등에
매년 설과 추석 때 명절 선물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추석선물로 어떤 것을 골랐을까.
★이명박, 전국 각지 특산 농산물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박 대통령처럼 추석선물로 각 지역 특산 농산물을 애용했다.
취임 첫해인 2008년엔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 대추, 전북 부안 김,
경남 통영 멸치를 선물로 보냈고,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경기 여주 쌀,
충남 부여 표고버섯, 경북 예천 참기름, 강원 횡성 들기름, 전남 진도 흑미를 선택했다.
어느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은 지역 안배가 이뤄진 선물 목록이다.
★노무현, 지역 안배형 추석선물 원조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한 지역 안배형 추석선물의 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난 2003년 추석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는 지리산 복분자주와 경남 한과를 묶음으로 한
선물을 마련해 여야 정치권 인사 등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선물 구성을 두고 호남 특산품과 영남 특산품을 하나로 한
국민통합형 선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역 안배와 더불어 지역 민속주 사랑도 대표적인 노 전 대통령의 추석선물 컨셉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소곡주, 2005년 문배주, 2007년 이강주 등
전국 각지의 민속주를 한 해 한 가지씩 추석 선물로 애용했다.
★김대중, 김·한과·전통차부터 장식용 옹기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 특산품인 김과 한과를 선물로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01년에는 정당대표 등에 난과 옹기도자기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김영삼-멸치/노태우-현금/전두환·박정희-인삼'
김영삼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등 2000년 이전 대통령들의
추석선물은 지난 2003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정대철 대표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가 달라서, 추석선물 같은 게 전혀 없어서
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됐는데,
이때 역대 대통령의 명절선물 이야기도 함께 나온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추석선물로 고향인 거제도산 멸치를 고집했다.
의원 시절에도 멸치가 단골 선물 메뉴였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은 멸치잡이 어업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선물로 격려금, 그러니까 현금을 보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명절 선물로 주로 인삼을 보냈다.
인삼을 담은 나무 상자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을 새겨
'봉황 인삼'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추석선물 변천사
모두가 어려울 때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추석은 추석이었죠.
1950년대 우리네 추석 선물은 농산물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는 있었죠.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4일 추석을 앞두고 <경향신문>은 "(청과시장의)
가격은 평시의 배를 받았는데 이 과일 상자의 태반은
고관 댁과 권력층 저택에 운반되어 갔다"는 씁쓸한 소식을 전합니다.
그 해 <동아일보>는 "우리의 형제자매가 일선에서 추석이라는 구별 없이
오늘 이 시간에도 귀중한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기하고 쓸데없는 유흥에도
취하지 말 것을 각자가 맹세하여 일선 장병들에게 보답하자"고 호소하기도 했죠.
차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던 1960년대부터 추석 선물이란
개념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갑니다.
이때부터는 상품화된 추석 선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소박한 형태였죠.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996년 펴낸 '광복 50년, 추석선물 50년' 자료를 보면 1965년
최고의 인기 선물은 다름 아닌 6kg짜리 설탕 봉지(780원)였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소비자들의 눈도 조금 높아진 게 느껴집니다.
910원 했던 콜라 24병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아든 사람들이 이때는 횡재한 경우였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식료품 위주였던 선물이 화장품 같은 공산품으로 점차 바뀌어 갑니다.
1980년대부터는 와이셔츠, 넥타이, 지갑, 벨트 같은 패션용품이 등장합니다.
식료품도 설탕 같은 건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정육이나 과일세트같이 고급화됩니다.
1990년대는 통조림 식품세트가 등장하고 지금도 인기인 상품권이 사랑받게 되
명절 뇌물의 고유 명사 '떡값'은 억울하다
추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떡이죠.
국어사전에서 떡값을 찾아보면 "업자 등이 공무원이나 관리들에게
명절 인사 따위의 명목으로 상납하는 돈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소개합니다.
하지만 떡값의 등장은 본래 이리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떡값은 1960년대 명절을 앞두고 정말 떡이나 쪄먹으라는 의미에서
회사가 주던 특별 상여금의 한 형태였죠.
1963년 10월 1일 <경향신문>에는 "추석을 맞아 회사원들과 은행원들은
상여금 또는 떡값을 받아 연휴의 플랜을 짜고 있다"는 내용과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연휴수당 보너스, 떡값 등의 명목으로 웬만한 업체는
모두 섭섭지 않을 정도로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소식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떡값은 뇌물의 성격으로 받아들여집니다.
1965년 1월 11일 신문에는 군납업계의 비리 소식이 전해지는데 기사에는 "군납업계에서는
담합하여 입찰을 성공시키는 것을 '떡을 친다'는 말로 그리고 낙찰된 회사를
신랑'이라는 은어로써 표현하고 있다"면서 담합에 가담하면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사례금을 받고…"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올해 추석 선물에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화제입니다.
추석 선물은 다가오는 법 시행과 맞물려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죠.
시중에서는 5만 원 미만의 이른바 '김영란 세트'도 발 빠르게 등장했다고 하네요.
설탕 한 봉지의 정으로 시작했던 추석 선물의 변천사,
과연 후손들은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오마이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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