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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겨울바다에 숨어들다 제주 참조기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9. 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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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참조기 남녘 겨울 바다에 숨어들다 참조기는 한국인이 퍽 좋아하는 생선이다. 제사상에도 반드시 오른다.<br>참조기 하면 굴비를 연상하고, 연이어 영광 법성포를 떠올리지만, 현재 참조기를 가장 많이 잡는 곳은 제주이다.



흔히 조기라 하지만 국립수산과학원의 도감에는 참조기로 되어 있다.

조기라고 불린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 기관에서 참조기라 이름붙인 까닭이 있을 것인데,

참조기와 유사하여 시장에서 가끔 속임수 판매를 하는 수조기와, 흔히 백조기로 불리는 부세와 보구치,

또 흑조기 등과 분명한 구분을 두기 위한 이름으로 보인다.

조기는 이제 참조기를 비롯하여 수조기, 부세, 보구치, 흑조기를 다 아우르는 뜻으로 쓰인다고 봐야 할 것이다.




  

1 제주의 참조기이다. 겨울에 주로 잡으며 씨알이 잘고 알배기도 드물다. 그래도 참조기(!)이다.
2 작은 어선은 항구에 그물을 부리고 참조기를 떼어낸다.

  큰 어선은 참조기를 배에서 털어 냉동해서 가져온다.
3 경매가 열리기 전에 참조기를 크기별로 분류하여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밤새 한다.




‘남획의 바다’로 북상하는 것을 멈추다

참조기는 건조한 상태의 간조기 또는 굴비로 유통된다. 생참조기로는 오래도록 보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간조기와 굴비의 최대 생산지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이다. 그러나 법성포에서는 참조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외지에서 참조기를 가져와 가공할 뿐이다. 참조기의 최대 산지는 제주이다.

제주 서남방의 바다에서 국내 참조기 생산량의 70% 가량을 잡는다. 예전에는 서해 연평도와

법성포 앞바다가 참조기 최대 생산지였는데, 1980년대 들어 제주로 그 주산지가 바뀐 것이다.

참조기는 서해를 회유하는 물고기이다.

참조기의 생태에 대한 자료에 의하면, 참조기는 겨울에는 제주 서남 해역과 동중국해 일대에서 지내다

3월 산란기에 이르면 북상을 하여 연평도와 법성포 앞바다, 그리고 그 건너편의 중국 대륙

연안에서 산란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연평도와 법성포에는 조선시대 때부터 봄이면 참조기 파시가 열렸었다.

그런데 1980년대 들면서 참조기들이 봄이 와도 법성포와 연평도로 북상을 하지 않는다.

참조기의 생태가 바뀐 것이다.

참조기의 이같은 생태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도 정확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

대체로 남획으로 인한 결과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옛날에는 참조기가 5년생에 달해야 알을 품었는데 요즘은 2년생의 어린 참조기도 알을 배며,

또 현재 산란지도 정확히 예측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스스로 생존을 위해

남획의 바다’로 북상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짐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겨울 바다의 참조기 파시

제주의 서남부 바다에서는 9월경부터 참조기가 잡힌다.

그러나 가을에는 갈치 조업으로 바빠, 찬바람이 일어야 본격 참조기 조업에 나선다. 보통 3월 말까지 잡는다.

어구는 유자망으로, 참조기가 그물의 코에 걸려 올라온다.

큰 어선은 바다에 나가 며칠씩 조업을 하는데, 잡은 참조기는 냉동을 하여 항구로 가져온다.

작은 어선은 출어 당일이나 다음날 참조기가 걸린 그물을 항구에 가져와 부린 후 참조기 떼어내는 작업을 한다.

참조기가 잡히는 바다와 가까운 한림항과 애월항, 그리고 추자항에 이 참조기배들이 들어오는데,

항구에는 그물을 펼치고 참조기를 떼어내는 작업으로 장관을 이룬다.

법성포와 연평도의 봄 참조기 파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주의 겨울로 시공간 이동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물에서 떼어낸 참조기는 위판장으로 옮긴다. 여기서 참조기는 크기별로 분류되고 나무상자에 담긴다.

한 상자에 참조기 무게를 12~13킬로그램으로 맞추는데, 이 한 상자에 들어가는 참조기의 마릿수가

곧 참조기의 크기 기준이 되며 따라서 판매가격의 기준이 된다.

어민들은 한 상자에 몇 줄의 참조기가 깔렸는가에 따라 7석, 8석 등 ‘석’ 단위로 부르기도 하고

100미, 130미 등 마릿수로 계산을 하기도 한다.

한 상자에 160마리짜리 정도 되면 씨알이 아주 잘아 하품 취급을 받게 되는데, 이를 ‘깡치’라 달리 부른다.

그보다 더 작은 것은 ‘깡깡치’이다. 참조기를 나무상자에 담는 작업은 밤새 이루어지며, 위판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위판이 끝난 참조기는 대부분 간조기와 굴비 제조업체에 넘어가게 된다. 법성포에서 가져가는 양이 제일 많을 것이다.




참조기의 생존을 위하여

제주의 참조기는 한눈에 보아도 잘다. 보통의 것이라 하여도 한 상자에 130미 정도이다.

체장 길이는 20센티미터 내외, 기껏 해봤자 2년생이다. 참조기는 부화 후 1년 만에 15.7센티미터 정도까지 크며,

2년생은 21.7센티미터, 3년생 25.8센티미터, 4년생 28.6센티미터, 5년생은 30.5센티미터에 이른다.

그렇게 빨리 자라지 않는 물고기인 것이다. 예전에 법성포와 연평도에서 잡혔던 참조기는 산란기에 이른 5년생이 많았었다.

현재는 남획의 결과로 5년생 알배기는 귀하디귀하여 고가의 명절 선물로나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에서 잡히고 있는 20센티미터 내외의 2년생 어린 참조기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은 남획에도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참조기의 생태적 전략일 수도 있다. 이 참조기의 생존 전략이 제주에서 성공하여,

다시 법성포와 연평도에서의 5년 생존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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