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이야기/식재료3

달콤하고 순한바다 완도 전복

그린체 2016. 9. 13. 06:46


완도 전복 달콤하고 순한 바다 전복 살은 쓰고 지린 바다와 멀다, 맛은 달고 향은 순하다. 바닷물을 필터링하여 고운 것만 제 몸에 들인 것처럼 느껴진다.<br>다시마, 미역을 먹고 자라는데, 이 달고 순한 것을 먹으니 그 살도 달고 순하다.




지구의 바다에는 100여 종의 전복류가 산다. 대체로 따뜻한 바다에 있다.

한반도의 해역에서 자라는 전복은 참전복이다. 참전복은 찬 바다에서 자란다.

제주도 근처의 따뜻한 바다에는 말전복, 까막전복, 시볼트전복, 오분자기 등도 있다.

말전복, 까막전복, 시볼트전복은 참전복보다 크고, 오분자기는 참전복보다 작다.

전복 양식은 전남 완도군, 해남군, 강진군 등의 바다에서 이루어지며, 따라서 양식 전복은 참전복이다.

이 양식 참전복의 80%가 완도군의 바다에서 난다. 전남 완도군은 26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유인도는 55개, 무인도 210개이다.

섬 사이에는 맑고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고, 이 바다 곳곳에서 전복이 양식되고 있다.





양식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란다. 자연 상태에서는 모자반, 파래 등도 먹는다.
그 먹이에 따라 전복 맛에 차이가 나는데, 양식이 자연산에 비해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귀하였던 전복 

전복은 예부터 귀한 음식 재료로 취급되었고, 한약재로도 썼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전복에 대해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고 했다.

전복이 바닷물 없이도 오래 살기는 하지만, 생전복이나 냉동 전복으로 운송·보관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옛날에는 전복을 삶아 말렸다. 말린 전복의 음식은 대갓집의 잔치에나 쓰일 정도로 귀하였다.

조선에서 말린 전복의 공출이 극심하여 여러 종류의 전복이 제법 많이 나오는 제주도에서도

이를 함부로 먹지 못하였다고 한다.

양식이 본격화되어 전복을 대중의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국내 전복 양식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있었다.

치패(어린 전복)를 생산하여 전복이 자랄 수 있는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 처음의 전복 양식이었다.

치패를 생산하여 바다에 넣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자연이 키운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동해안 등에서 이런 양식장을 흔히 볼 수 있다. 이후 수하식, 육상수조식 등의 양식이 이루어졌는데,

1990년대 말부터는 해양 가두리 양식이 보급되어 현재 이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양 가두리는 바다 위에 떠 있다. 가두리에는 칸을 나누어놓았는데, 한 칸의 가로세로 길이가 2.2미터이다.

그 칸 안에 그물이 들었고, 바닷물에 그 그물이 내려져 있다. 바닷물에 담긴 그물의 길이는 2.5미터이며,

그 그물의 하단에 셸터(shelter)라는 설비가 들어 있다. 셸터는 '대피소'라고 번역되는데,

 전복이 낮에는 빛이 안 들어오는 곳에 숨어 지내므로 그 습성에 맞게 만든 설비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어민들은 흔히 '셀타'라고 말한다.

전복은 셸터에 내내 붙어 살면서 위에서 던져주는 미역, 다시마 등을 먹고 자란다.

인공의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므로 자연산 전복과 맛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완도와 전복의 인연

전복 양식이 완도군의 바다에 특히 많은 까닭은 여럿이다.

첫째, 완도군은 전복이 잘 자라는 수온의 바다를 가지고 있다.

전복은 바닷물이 겨울에는 섭씨 7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야 하고 여름에는 28도 이상이 되면 안 된다.

둘째, 담수의 영향이 적어야 하고 물이 맑아야 하는데, 완도의 바다로 흘러 드는 큰 강이 없으며

완도군의 여러 섬들이 육지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

셋째, 전복의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완도군은 예부터 미역, 다시마 양식이 많았고, 그 덕에 먹이 구입비가 적게 든다.

넷째, 굴과 담치(홍합) 양식장이 없다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굴이 전복 껍질에 붙거나 담치가 셸터에 붙으면 전복이 쉬 죽는데, 완도군에는 굴과 담치 양식장이 거의 없다.

완도군에서의 전복 양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인데,

위의 여러 까닭 중에 특히 완도군이 미역과 다시마 주산지였다는 것이

지금의 '완도 전복'을 있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역과 다시마의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질이 뛰어나 완도 전복 맛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전복은 5~6월에 방란과 방정을 한다.

인공수정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하여 수조에서 6개월 정도 키운 치패를 11월 즈음에 어민에게 분양을 한다.

패각 길이 2~3센티미터의 아주 작은 전복이다. 이 치패를 가두리 한 칸에 4,000~5,000마리 넣는다.

전복이 자람에 따라 서식 밀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차례 분가를 한다.

먹이로는 봄부터 여름과 가을은 다시마, 겨울과 봄에는 미역을 준다.

치패 넣고 1년 반, 그러니까 수정 후 만 2년이 되면 한 마리 무게가 평균 60그램에 이르며,

이때부터 거두어 판매를 하게 된다. 더 크게 키우기 위해서 만 3년은 기다리는 일도 많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전복의 크기가 반드시 양식 기간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시기에 넣은 것도 그 크기가 제각각인데, 크고 작은 것이 고루 섞여 있다.

그러니, 큰 전복이 반드시 맛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전복을 양식하는 해양 가두리이다. 가두리 칸칸마다 그물이 있고, 그 그물 안에 전복들이 들어 있다.

가두리에서 건져온 전복을 선별하고 있다. 껍질에 붙은 바다 생물을 떼어내는 작업도 동시에 한다.





겨울과 봄에 맛있다

전복이 언제 맛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둔감하다.

최근 전복삼계탕, 전복갈비탕 등 전복을 넣은 여름 보양식이 크게 번지면서

전복이 여름 음식인 양 알려지고 있지만, 맛으로 따지면 바른 일이 아니다.

양식 전복은 대부분 참전복이므로 5~6월이 생식 시기이다. 방란과 방정 이전의 전복이 살이 많고 맛있다.

생식 시기 기준이 아니어도, 겨울과 봄의 전복이 특히 맛있다 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의하면 미역을 먹은 전복이 다시마를 먹은 전복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단백질, 회분, 글리코겐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더 쫄깃하며 감칠맛과 단맛이 더 있다는 뜻이다.

겨울에 들면서 양식 전복은 미역을 먹는다.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