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만큼 투명한 살 태안 학꽁치
학꽁치는 한때 학공치로 쓰였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어류도감에도 학공치로 표기되어 있다.
학꽁치는 동갈치목 학꽁칫과에 들고 꽁치는 동갈치목 꽁칫과 생선이다.
두 생선은 길쭉한 모양만 비슷하지 계통으로는 다소 먼 거리에 있다.
학꽁치는 지역에 따라 공미리, 공매리, 청갈치, 공치 등으로 불린다.
조선시대의 문헌에는 공치어(孔峙魚), 침어(針魚), 공지(公持) 등으로 쓰여 있다.
사투리와 옛말 등으로 보아 학꽁치보다 학공치가 더 적절한 표기일 것으로 보이나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학꽁치로 올려져 있으니 여기서는 학꽁치로 쓴다.
일본어로는 さより[사요리·細魚]라 하는데, 한국 내 일부 일본음식점에서는 이 이름을 그대로 쓴다.
학꽁치를 포를 떠 조미해 말려 구운 음식을 특히 사요리라 하는 버릇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번진 말인 듯하다.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가 학꽁치 제철이다. 가을이 깊을수록 씨알이 굵어지고 맛도 깊어진다.
그 속이 검은 까닭
학꽁치는 한반도 연안 전역과 일본열도 연안, 그 위쪽의 북태평양, 그리고 대만의 해역에 서식한다.
바닷물 상층부를 무리지어 다니는데, 4~7월에 부유하는 해초에 산란을 한다.
2년 정도 살며 다 큰 것은 40센티미터에 이른다.
한반도에서는 8월경부터 이듬해 봄까지 연안에서 많이 잡혀 이때를 성어기로 본다.
겨울에 들수록 몸집이 커지고 기름이 져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
연안에서 흔히 잡히는 생선이지만 최근까지 국내 어시장에서는 이를 잘 볼 수가 없었다.
일본 수출을 많이 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회, 초밥, 튀김, 구이, 포, 국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먹지만
국내에서는 학꽁치를 즐겨 먹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낚시꾼들이 이를 잡아 회로 즐기는 일이 많다.
한반도 연안 어디서든 낚시로 쉽게 잡을 수 있는 생선이다.
학꽁치는 아래턱이 길쭉하다. 그 길쭉한 턱이 학의 부리를 닮았다 하여 ‘학-’이란 접두어가 붙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턱의 끝은 붉으며 등은 묵빛에 청색이 약간 돈다. 살은 투명하다. 배는 은백색이다.
배를 따면 내장을 둘러싸고 있는 부위가 검은 막으로 덮여 있다.
햇볕을 많이 받는 상층의 수면을 떠도는 습성과 투명한 살 탓에 이 검은 막이 생긴 것이라 한다.
학꽁치는 플랑크톤도 먹는데 식물성 플랑크톤이 뱃속에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그 검은 막이 있는 것이다.
광합성을 하게 되면 가스가 발생하여 학꽁치는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뱃속의 검은 막은 쓴맛이 나므로 요리를 할 때 제거하여야 한다.
고급 요리이거나 흔한 생선이거나
학꽁치는 살이 투명하고 맛이 깨끗하다. 포를 떠 회를 치면 그 맑은 때깔로 인해 매우 정갈해 보인다.
포를 떠 말린 학꽁치포 역시 투명한 때깔 덕에 고급스러워 보인다.
꾸덕하게 말려 구워도 비린내 없이 깨끗한 맛을 낸다. 그러나 한국음식에서는 이 학꽁치를 이용한 요리가 거의 없다.
도시에서 이 학꽁치를 맛보려면 일본음식점에 가야 한다. 여기서는 고급 일본 요리인 듯이 낸다.
반면에,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한반도 연안의 방파제와 갯바위, 부두에서는 이 학꽁치가 흔하디흔한 생선으로 취급된다.
낚시로 쉽게, 또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 자리에서 회를 쳐 먹는다.
그 흔함 때문인지 일본음식점 밖의 학꽁치는 고급 생선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도시의 수산시장에서도 이 학꽁치는 보기 어렵다.
일본음식점용 해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에서나 소량 볼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음식의 주요 재료로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있으면 싶다.
마도리 방파제이다. 안흥외항 방파제라고도 한다. 방파제 안쪽에서도 학꽁치 낚시를 한다.
낚시 가게의 현수막이다. 학꽁치는 낚시 경험이 전혀 없어도 낚을 수 있다.
건져올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이다.
가족 나들이 삼아
학꽁치가 전국의 바닷가에서 두루 잡히지만 이 캐스트에 충남 태안군의
학꽁치로 게재한 것은 최근에 태안 연안이 학꽁치 낚시터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흥항과 그 바로 앞의 신진도 일대의 방파제, 부두 등에서 학꽁치 낚시를 흔히 한다.
안흥항 일대는 황해안의 여느 지역과 달리 수심이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아 천혜의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낚시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대체로 안전한 편이라 가족 단위로 나들이 삼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학꽁치 낚시가 흔하다 보니 인근의 낚시 가게들도
학꽁치 낚싯대와 채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낚시 요령을 잘 알려준다.
아무 준비 없이 가도 학꽁치 낚시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이다.
신진도 등대가 있는 마도리에는 가족 낚시꾼들을 위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마을 사람들이 이 일대를 수시로 청소하고 있어 깨끗하다.
한나절 학꽁치 낚시를 하며 이를 요리해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학의 부리 같은 아래턱
학꽁치은 아래턱이 기다랗게 돌출되어 있다.
이 긴 아래턱이 학의 부리를 닮았다 하여 학꽁치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아래턱 끝의 색깔은 붉다. 생태학적으로 아래턱이 길게 발달한 이유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입이 작아 학꽁치의 낚싯바늘도 아주 작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